LG 트윈스 투수 정현욱은 FA 모범 사례로 꼽힌다. 5일까지 25차례 마운드에 올라 2승 3패 1세이브 9홀드(평균자책점 2.20)를 기록 중이다. LG의 뒷심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 또한 정현욱 효과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정현욱은 "처음 이곳에 왔을때 시즌 내내 1군 엔트리를 지키고 내가 와서 팀이 나빠졌다는 평가를 듣지 않는 게 목표였다. 아직까지 1군에서 뛰고 있으니 괜찮은 것 같다"고 웃은 뒤 "이제 시즌 중반으로 넘어 가는 시점인데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몸관리 잘 해서 한 시즌 건강히 마쳤으면 좋겠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 선수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현욱은 지난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성적(2승 5패 3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거둔 게 전화위복이 됐다고 말했다. "내가 LG와 FA 계약한 뒤 솔직히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잇딴 혹평 속에서 더욱 긴장하고 그러는 것 같다. 만족스런 성적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느끼는 건 많았다.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자신감이 좋을때도 나쁠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기복을 줄여가면서 경기하고 싶다. 내가 오승환(삼성) 만큼의 자신감과 배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떠한 상황이든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LG 마운드는 예년보다 더욱 탄탄해졌다. 특히 필승 계투조를 구축한 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커진 게 사실.
정현욱은 "선수들이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해야 할까. 결국 성적 싸움인데 시즌 초반에 어려울때 서로 의지하면서 버틴 게 지금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나 또한 뒤에 봉중근이 있으니 믿고 던진다. 내가 주자를 남겨 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무조건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봉중근은 자존심과 책임감이 강한 선수라 분명히 제 몫을 해준다"고 무한신뢰를 보냈다.
정현욱은 2008년부터 5년 연속 50경기 이상 소화했다. 2009년 당시 사령탑이었던 선동렬 KIA 감독의 배려 속에 2군에서 열흘간 재충전한 게 전부. 출격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임무를 소화했다. 그가 '노예'라고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힘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중간 계투가 힘든 보직이다. 예를 들어 2~3년간 던지면 아픈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직까지 큰 부상은 없었지만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버티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고 잘 먹고 잘 쉬는 게 정현욱만의 장수 비결.
그가 바라보는 LG 마운드는 어떤 모습일까. 정현욱은 "솔직히 말해 LG 선수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겪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해한 게 미안할 만큼. 정말 착하다. 역시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된다. 삼성의 권오준, 안지만, 권혁 또한 패전 처리부터 단계를 밟아 나가며 필승 계투조의 일원이 됐다. 현재 LG의 젊은 투수들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잠재 능력을 터트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G에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정현욱이 쌍둥이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뒤 한 팬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아직도 귓가에 맴돌 만큼 가슴에 와닿았단다. 그는 "잘 던졌을때 당연히 칭찬해주시지만 못 던져도 다음날 "정현욱 선수 괜찮아요. 힘내세요"라는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동기 부여가 된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5일 현재 홀드 부문 2위를 질주 중인 정현욱에게 '홀드왕에 대한 욕심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는 "솔직히 하고 싶은데.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고 웃으며 "그저 내가 해야 할 부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최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성적은 따라온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정현욱은 "개인 성적은 필요없다. 우리 팀이 4강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지만 따뜻한 감독님, 코치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다. 오랫동안 함께 하기 위해서 더 잘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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