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가 없는 졸전이었다. 하지만 비난보다 격려가 힘이 된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레바논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김치우의 프리킥골이 아니었다면 진 경기나 다름없었다. 한국은 골대를 세 번이나 때릴 정도로 일방적인 공격을 펼쳤지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이동국, 김신욱, 손흥민 등 공격수들의 부진이 아쉬웠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헛방이 나왔다. 미드필드진도 이청용만 빛났다. 가만히 서 있어 공간활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비수들은 더 심각했다. 우왕좌왕하다 공격수들을 그대로 놔줬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추가시간 극적인 김치우의 동점골이 터졌다. 5분만 더 있었다면 한국이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경기는 끝났다. 비겼지만 진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선수단은 전세기편으로 귀국했다. 한국 취재진 역시 같은 비행기를 탔다. 공항에서 대기 중인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하나같이 죄인 같았다. 선수들 사이에 농담을 하거나 웃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이동국, 김남일, 김치우는 비행기 출발 직전 카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하지만 서로 말은 없었다. 세 선수는 휴대폰을 통해 한국에서 뜬 뉴스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선수에 대한 비난 댓글도 본인들이 볼 수 있었다. 원색적인 비난에 선수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전을 치르고 있는 레바논에서 국가를 대표해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모두 소용없었다. 국가대표로서 감수해야 할 또 다른 숙명이었다.

대표팀은 비행기 안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 선수들은 비행기 착륙 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 입었다. 입국장으로 나서기 전 선수단은 미팅을 했다. 최강희 감독의 격려에도 선수들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표정이었다. 선수들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서둘러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제 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 이란과 홈 2연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하루만 쉬고 7일부터 다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다. 건설적인 비판은 필요하다. 또 드러난 문제점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가 월드컵 본선진출이 좌절된 것은 아니다. 지금은 지나친 비난보다 격려가 힘이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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