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37)과 모창민(28)의 방망이는 냉정했다. 친정에 대한 향수를 잠시 접어둔 두 명의 ‘전직 SK맨’들이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위닝시리즈로 이끌었다. SK로서는 배로 씁쓸한 마산 3연전이었다.
NC는 4일부터 6일까지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주중 3연전에서 2승1패를 거뒀다. 4일에는 상대 선발 세든을 공략하지 못했으나 5일에는 11득점을 올린 방망이가 폭발했고 6일에는 선발 찰리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2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NC는 올 시즌 SK를 상대로 한 세 번의 시리즈에서 모두 2승1패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했다. SK와의 상대 전적도 6승3패가 됐다.
모든 선수들이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한 결과였지만 특히 두 선수가 빛났다. 지난해까지 SK에서 뛰었던 이호준과 모창민이 그 주인공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신청한 이호준은 NC로의 이적을 결정하며 ‘공룡 대장’이 됐다. 지난해 제대해 SK에 복귀한 모창민은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에서 NC의 부름을 받았다. SK에서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어쨌든 이제는 남이 됐다.

옛 동료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럴까. 두 선수는 올 시즌 SK만 만나면 펄펄 날았다. 이호준은 5일까지 SK를 상대로 타율 4할4푼의 불망이를 휘둘렀다. 3홈런에 12타점이었다. 5일에는 만루포 한 방을 포함, 한 경기에 7타점을 기록하며 SK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모창민도 타율 3할6푼8리(19타수 7안타)에 2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5일 경기의 영웅이 이호준이었다면 6일 경기에는 모창민의 방망이까지 날카롭게 돌았다. 모창민은 1-0으로 앞선 3회 무사 2루에서 적시 좌중간 2루타를 터뜨리며 추가점을 뽑아냈다. 초반 기회를 놓친 SK의 힘을 빼는 한 방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은 모창민은 4회 2사에는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를 터뜨리더니 8회에는 중전안타로 시즌 세 번째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이호준 역시 3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체면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SK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는 점에서 친정의 속을 쓰리게 하고 있다. SK는 올 시즌 최정과 함께 해결사 몫을 할 만한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4번으로 투입되는 타자들마다 힘을 못 썼다. 올 시즌 타점 선두(48개) 이호준이 생각날 법하다.
모창민은 이만수 SK 감독이 지난해 “SK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멀티 플레이어”이라고 부를 정도로 관심을 가졌던 선수였지만 불가피한 사정으로 20인 보호 선수에 들지 못한 케이스다. 이 감독도 모창민의 지명 당시 "마무리캠프 중 상심이 커 5시간 동안 혼자 운전해 바닷가까지 달렸다"라고 할 정도로 답답해했다. SK에 뼈아픈 공룡 발자국을 남긴 두 선수의 활약을 지켜본 이 감독의 표정은 유난히 어두워 보였다.
skullboy@osen.co.kr
창원=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