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달라졌습니다.
라이벌 두산과 6월 6일 잠실전에서 트윈스는 5-4로 재재역전승을 거두며 올해 26승24패 가운데 14차례나 역전극을 연출, 47일만에 4위로 올라섰습니다.
선두 넥센의 역전승 15번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뒤집기입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그동안 별로 알려지지 않은 내야수 김용의와 베테랑 봉중근으로 팀내 신구조화가 잘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두산을 거쳐 5년전에 LG로 옮겨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김용의는 이날 4-4 동점에서 8회말 결승 솔로홈런을 날렸습니다.
봉중근은 최근 2주간 9경기에서 마무리로 계속 등판해 피곤한 가운데도 한점차를 잘 지켜내 올해 한차례도 패전이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20경기 등판에 3승무패14세이브, 평균자책점 0.44.
지난 4일 두산과 경기에 앞서 김기태 LG 감독은 선발 주키치에 대해 “올해는 기복이 너무 심해 걱정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양팀은 노경은과 주키치과 선발로 나와 작년의 에이스끼리 맞대결을 벌였는데 둘 다 올해는 컨디션 부조로 예상을 벗어난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우려대로 주키치는 3회까지 무려 102개의 투구를 하며 11안타를 얻어맞고 6실점, 강판당했습니다. 특히 투아웃 후 4실점이나 했습니다.
노경은 역시 3회까지 3실점했지만 속구가 149km에 이르고 볼끝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주면서 6이닝을 던진 다음 7-4로 앞선 상황에서 내려왔습니다.
5회까지 두산이 7-3으로 리드해 승부가 기울어졌지만 LG 덕아웃 분위기는 예전과 달랐습니다. 선수들 누구나 뒤집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였고 프런트에서도 “이제는 5점 이상 리드를 당해도 추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LG는 지난 2일 KIA전에서 8회가지 0-4로 다 지고 있다가 9회초에 동점을 만들고 10회에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 5-4로 승리한 적이 있습니다.
역대 9회 최다 득점차 역전승은 5점차로, 해태가 1990년 6월 3일 광주 홈경기에서 롯데에게, LG가 2006년 8월 16일 잠실에서 롯데에게 각각 5점차 역전승을 거둔 사례가 있는데 세번째로 최다 득점차 역전 드라마를 쓴 것입니다.
4일 두산전은 LG가 결국 9-7, 두점 차로 패했으나 후반 추격전을 펼쳐 최근 트윈스의 끈기를 보여주었고 5일과 6일 연승을 거두는 계기가 돼 올해 라이벌간의 승패도 4승4패로 동률을 만들었습니다.
LG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최근 15경기서 11승4패, 5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습니다. 6일 현재 팀 평균자책점 3.69로 1위이고 팀 타율은 2할8푼2리로 2위에 올라 있습니다.
타선은 캡틴 이병규(39)가 스프링캠프에서 다친 왼 허벅지 근육통(햄스트링)을 어느 정도 치료하고 5월 7일 복귀한 다음 3할7푼, 13타점의 맹타와 역시 부상에서 돌아온 이진영의 3할4푼3리, 21타점이 전체 방망이에 불을 붙였습니다.
김기태 감독이 중요시하는 3번 타순에 배치된 박용택은 최근 1주일 새 만루홈런 두방을 날리며 3할1푼6리, 팀내 최다안타(56개), 25타점으로 펄펄 날았고 정성훈도 2할8푼5리에 23타점으로 기여하고 있습니다.
오지환은 1번타자로 나서 2할7푼4리에 54안타, 21타점, 6개 홈런으로 팀내 최다홈런을 기록하고 있는데 더군다나 에러 많았던 유격수 수비도 안정감을 주기 시작한 게 눈에 띄입니다.
기존 멤버 외에 LG는 새로 4번 타순에 배치된 정의윤이 3할1푼3리, 20타점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으며 타격에서 문제가 많았던 이대형이 방망이도 나아져 2할7푼3리(최근 15타수 7안타)를 때리고, 출루율 3할4푼1리로 나가 상대방 배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출장 기회가 적었던 문선재(타율 3할2푼7리, 16타점), 김용의(3할1푼4리, 15타점), 손주인(2할5푼3리, 19타점)이 주전으로 나서서 상하위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마운드의 선발진은 아직은 강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리즈(3승6패 자책점 3.61), 우규민(3승3패, 3.99), 신정락(2승4패, 4.09), 류제국(1승무패, 3.45) 등으로 구성됐는데 에이스 주키치가 불안합니다.
특히 봉중근(자책점 0.44), 정현욱(2.20), 류택현(5.00), 이동현(1.75), 이상열(3.65) 등 불펜의 자책점은 5월 이후 1점대로 월등합니다.
좌완 벤자민 주키치(31)는 LG에서 3년째 뛰고 있습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주키치없는 LG 마운드는 상상할 수 없다”고 그의 위치를 설명합니다.
첫 해 32경기에 등판해 187 2/3이닝을 던지며 10승8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고 지난 해는 30경기 177 1/3이닝에 11승8패1홀드, 자책점 3.45를 마크해 에이스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11경기 56 2/3이닝 3승4패, 자책점 5.09로 부진하고 피안타율이 3할2리나 될 정도로 얻어맞고 있습니다. 김기태 감독은 “주키치가 아픈 곳은 없는데 널뛰기 하는 식으로, 잘 던질 때는 괜찮다가 어느 날은 몰매를 맞고 있어 그의 페이스를 개선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합니다.
주키치는 195cm 큰 키에 정통파 스타일로 던져 타자에게 위압감을 주면서 마운드에서 보통 투수들보다 왼쪽으로 더 치우쳐 던집니다. 중심 이동을 특이하게 빠르게 해 타자를 혼란케 하는 투구 동작을 보여주는 주키치는 포수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올 들어 구위와 제구력이 급격히 나빠져 지난 5월 1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열흘동안 투구판 밟는 방향과 투구폼을 바꾸는 훈련을 하기도 했습니다.
에이스가 무너지면 팀 분위기도 좋지 않아집니다. 주키치가 부활하도록 코칭 스태프가 보다 집중적인 노력을 해야 하고 심리치료도 검토해볼만 사안입니다.
베테랑과 신진 선수들, 마운드와 타선이 살아난 LG에서 에이스 주키치가 제 몫을 하게 되면 틀림없이 4강에 진출, 11년만에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 트윈스입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