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종영 드라마 ‘직장의 신’의 장규직(오지호 분)은 회사의 편에 선 ‘회사 멍멍이’다. 회사를 위해 살아가는 장규직은 모진 말을 서슴지 않는 냉정한 모습으로 계약직에 설움을 안기며 극중 남자주인공으로는 드물게 안방극장 시청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심하게 곱슬 거리는 파마머리에 미간에는 언제나 깊은 주름. 장규직은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 분)와 사사건건 부딪히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상하관계를 통쾌하게 비튼 유쾌한 웃음을 유발했다.
그런 장규직을 연기한 오지호(37)는 “이번 캐릭터가 미움을 받았는데 그건 미스김과 장규직의 갈 길이 확실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장규직 캐릭터가 미움을 많이 받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사실 우리 드라마에 악역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떻게 보면 제가 악역이었죠. 배우들은 대중들이 싫어하는 역을 꺼려해요. 사실 저도 박봉희에 면박을 주는 신에서는 많이 고민했어요”라고 말했다.


극중 장규직은 계약 연장을 앞두고 임신한 사실을 숨긴 계약직 박봉희(이미도 분)가 병원 정기검진을 위해 생리 휴가를 제출하자 계약직에게 그런 휴가는 없다고 사무실 내에서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체육대회에서 사내연애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회사에 알리겠다고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미움을 한 몸에 받았다.
“‘이것까지 하면 장규직이 진짜 나쁜놈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다행히 포장마차 신에서 장규직만의 고민이 나와서 다행이었어요. 밥을 먹으러 다니면 ‘미스김 좀 그만 괴롭혀’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식당에선 등짝도 맞았죠. 드라마 인기가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꾹 참았어요.”
오지호는 ‘직장의 신’을 통해 회사의 편에 서 봤던 간접경험으로 직장인들의 고뇌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직장인들이 꿈을 위해 박차고 나갈 용기가 필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도 사실 10년 정도 하다보면,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미스김의 그런 행보에 통쾌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직장의 신’은 장규직과 미스김, 무정한(이희준 분)이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것으로 마무리 됐고, 열린 결말로 삼각관계가 마무리 되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중이다.
“결말은 우리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열린 결말로 마무리 된 건, 작가와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있는 결말 같아요. 시즌2를 염두에 두신 것 같아요. 시즌2요? 시나리오를 보고 재밌으면 할래요.”
특히 직장인에 공감과 힐링을 선사한 ‘직장의 신’은 담백한 내용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오지호는 미약했던 러브라인이 아쉬웠다고 전했다.
“저는 러브라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멜로가 없으면 코믹이 아닌 것 같아요. 조금 아쉬웠던 건,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7회 정도에 미스김과 장규직의 멜로가 들어갔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거예요. 미스김과 장규직은 정 반대 인물이기 하지만, 남자와 여자에요. 미스김의 양파망태기, 무다리 이런 게 장규직의 머릿속에 자꾸 걸리면서 사랑을 느끼는 거죠. 멜로가 들어갔으면 그 안에서 티격태격 하는 게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어요.”
“미스김이요? 정말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외모에 그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매력이 없을 수 없죠. 장규직이 아닌 오지호의 눈에 미스김은 매력 있고, 호기심이 생겨요. 저는 저에게 대시하는 사람이 있으면 뒤로 물러나게 돼요. 뭔가 나한테 틱틱대고 궁금증을 갖게 하는 그런 것들을 좋아해요. 연구해볼 가치가 있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미스김의 캐릭터에 크게 호감을 느끼는 오지호였다. 2013년 상반기에만 수많은 톱스타의 열애와 결혼 소식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지금, 혹시 오지호도 결혼 생각이 있을까.
“저는 순서를 정하자면 일 다음에 가족, 사랑이에요. 원래 저는 신인 때는 사랑이 가장 중요했는데, 27살 이후 바뀌었어요. 남자는 야망이 있는 것 같아요. 일찍 결혼하지 않는 이상 순위가 바뀐 거죠. 그 전에는 일 하나만 보고 가족도 생각 안했는데 이제는 가족도 많이 만나요. 결혼을 하긴 해야 할 것 같아요.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편안한 짝을 찾고 싶어요. 하하”
훤칠한 외모에 능청스럽게 선보이는 코믹 연기가 일품인 오지호. 이번 작품에서도 네 번이나 바지가 뜯어져나갈 정도로 온몸을 던져 웃음을 선사했던 그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초점은 미스김에게 맞춰졌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이름을 알렸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도 장철수는 나상실의 옆에서 그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로 기억됐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부분이에요.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불만은 없어요. 아직 저는 웃음이 가득한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제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걸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 것들이 흥행성이 없다고 해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걸 찾아봐야죠. 마흔 넘으면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제 상남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그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보고 있어요. 개런티에 상관없이 열심히 해 보고 싶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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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