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삼성, 벤치 클리어링에 담긴 '심리전'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06.07 06: 07

야구는 찰나의 순간에도 흐름이 바뀌고 분위기를 타는 섬세한 스포츠다. 잠깐의 제스처가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계기가 되곤 한다.
지난 6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삼성 라이온즈전은 야구의 '심리학'을 제대로 입증하는 경기였다. 이날 넥센과 삼성 선수들은 7회 한번의 벤치 클리어링 후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여줬다.
넥센 주장 이택근은 이날 7-7 동점에 성공한 7회 1사 1루에서 바뀐 투수 심창민의 2구째 몸쪽 공에 어깻죽지를 맞았다. 이택근은 공을 맞자마자 거칠게 항의했다. 진갑용이 이택근을 제지하면서 두 선수간에 충돌이 벌어졌고 이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연결됐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벤치 클리어링 때 누가 더 흥분했느냐다. 넥센은 지난 4일에도 심창민이 공을 맞힌 이성열이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이날 이택근 이전에만 3명이 공을 맞았다. 한 번의 몸에 맞는 볼이 더 나왔을 때 항의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준비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삼성은 달랐다. 삼성은 이번 시리즈에서 1무1패로 쫓기고 있었고 이날도 경우 7-5 역전에 성공했다 7-7 동점을 허용해 초조했다. 삼성도 이날 2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했지만 한명이라도 더 출루해 득점하는 게 중요했다. 넥센의 도발은 예상치 못했다. 결국 삼성이 넥센보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넥센과 삼성의 경기에 나서는 마음가짐도 갈렸다. 넥센은 삼성전에 잃을 것이 없었다. 지난해 6승13패의 전적을 기록하는 등 어차피 강팀 삼성에 약했던 넥센이었다. 게다가 이번 시리즈에서도 먼저 1승을 따놨다. 져도 손해는 없었다. 그러나 삼성은 넥센을 뒤쫓아가는 상황이 익숙치 않다. 자존심, 승차 등 지켜야 할 것이 많아 더 예민했다.
투수 한 명의 변화는 팀에 영향을 미쳤다. 심창민은 이날 전까지 몸쪽공이 굉장히 위력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성열에 이어 이택근을 맞히고 처음으로 벤치 클리어링을 당했다. 스무 살의 투수는 이후 박병호에게 몸쪽공을 어설프게 던졌다가 '바가지 안타'를 맞았고 결국 무너지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이후 양팀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라졌다. 넥센은 7회에만 6득점한 뒤 8회 4득점을 보태 15-7로 승리했다. 지난해까지 공포의 대상이었던 삼성을 상대로 5연승(1무)을 달리며 1승 이상의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날 예기치 못한 사건에 스스로 당황하며 넥센과 한 걸음 더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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