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NC 감독이 주사위를 던졌다. 이제 그 주사위에 ‘1’ 나오느냐 ‘6’이 나오느냐는 이재학(23)의 어깨에 달렸다.
NC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SK와의 주중 3연전을 앞두고 마운드를 재편했다. 골자는 1378일 만에 1군 복귀를 신고한 베테랑 손민한을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고 선발진에서 활약하던 이재학을 마무리로 돌린 것이었다. 손민한의 몸 상태, 이재학의 좋은 페이스, 그리고 시즌 중 보직 변경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하면 모험적인 성격도 없지 않았다.
김 감독도 고민이 많았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이재학의 페이스가 제일 좋은데 아깝다”라고 하며 마무리 전환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이재학은 올 시즌 선발로 8경기에 나서 47⅓이닝 동안 4승1패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한 NC 마운드의 주축이었다. 선발로 계속 활용한다면 능히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페이스였다. 이런 투수를 팀 전력상 활용도가 떨어질 수 있는 마무리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위험부담 못지않게 기대효과도 분명하다. 뒷문 안정이 팀 마운드에 가져다 줄 시너지 효과다. 김 감독은 “뒤에서 진 경기가 제법 많다”고 시즌 초반을 되돌아봤다. 실제 NC는 올 시즌 총 7차례의 블론 세이브를 저질렀다. 리그 평균인 5번보다 더 많다. 팀 승수가 많지 않은 하위권 팀임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체감적으로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학이 뒷문을 든든하게 지킨다면 경기 계산이 수월해진다.
아직은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중간 투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기대다. 김 감독은 “이재학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민호 임창민 최금강 등이 경기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날 경우 좀 더 좋은 투구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첫 경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이재학은 팀이 6-1로 앞선 8회 2사 2,3루에서 올 시즌 첫 구원 등판을 가졌다. 그러나 첫 타자인 김강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다. 9회에도 김성현 조동화에게 연속 2루타를 맞고 1실점한 끝에 임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이재학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고 했지만 나름대로 혹독한 신고식이었다.
NC 전력 분석팀은 이날 이재학의 구위 자체에 대해 “특별히 나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SK 타자들의 노림수가 좋았다는 분석이다. SK 타자들이 이재학의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노렸다는 것이다. 실제 이재학은 빠른 공으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전형적인 마무리 투수의 스타일은 아니다. 오승환(삼성)처럼 알고도 치지 못하는 빠른 공이 없는 이상 타자들의 노림수는 한 곳에 집중될 수 있다. 이를 이겨내야 한다.
한편 마무리로서의 위기관리능력도 좀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 똑같이 주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경기 초·중반과 종반은 심리적인 압박감이 다르기 마련이다. 이재학이 배짱 좋은 모습을 보이며 지난해부터 NC 마운드를 이끌어왔지만 어디까지나 선발에서의 성과였다. 과연 이재학이 첫 경기에서의 교훈을 발판 삼아 NC의 뒷문을 지킬 수 있을까. 일단 김 감독은 이재학 마무리 카드를 계속 밀고나간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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