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서 관객들을 향해 미소를 짓던 배우가 그 화려한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메가폰을 잡았다. 단편부터 시작해서 중장편 영화를 만들더니 이제는 장편영화로 영화 팬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그것도 해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을 들고 말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가 짐작했듯 배우 유지태의 이야기다. 아니, 이제는 배우 겸 감독 유지태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주 여성과 밑바닥 인생까지 경험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이 라띠마’로 감독 입봉을 치른 유지태는 이 작품으로 제15회 도빌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대해 유지태는 마치 기적과도 같다고 했다.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밝혔듯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적 같단다. 그리고 영화를 함께 한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이 다 같이 성공했으면 좋겠는 마음에서 영화 자체가 조금은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진짜 기적 같아요. 정말 기쁘죠. 사실 우리 영화에 투자가 잘 안돼서 예산이 매우 적었어요. ‘유지태’라는 제 이름 석자를 듣고 이미 잘 살고 있는데 차라리 어려운 독립영화 감독들을 위해 투자하자는 의견들이 많았죠. 어렵고 힘들게 찍은 만큼 현장에서 배우들, 스태프들끼리 똘똘 뭉쳐서 함께 했어요. 그래서 나 혼자만의 성공이 아니라 다 같이 성공하는 것이어서 영화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배우가 감독을 한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 중 분명 색안경을 쓰고 배우의 감독 도전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유지태의 주위에도 있었다. 그를 향한 선입견과 편견에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은 지금까지 선입견과 편견을 깨면서 살아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거라 말했다.
“(배우가 감독을 하는 것에 대해) 물론 편견이 있을 순 있죠. 저도 겪었어요. 주위에서 ‘열심히 해봐, 그래 잘해봐’ 비아냥거리는 비릿한 웃음들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지금까지 편견과 선입견을 깨면서 살아왔어요. 심지어 어떤 분은 제 영화를 보시고 ‘너는 끝났다’라며 막말을 하신 분도 계셨어요. 저는 그런 편견과 선입견들을 깨면서 살아갈 거예요. 그들이 보란 듯이요.”
‘마이 라띠마’는 가진 것도 기댈 곳도 없이 세상에 홀로 버려진 남자 수영(배수빈 분)과 돌아갈 곳도 머무를 곳도 없이 세상에 고립된 여자 마이 라띠마(박지수 분)가 절망의 끝에서 만나 희망과 배신의 변주곡을 그리는 휴먼 멜로드라마. 왜 하필 유지태는 이주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게 된 걸까. 개인적으로 이주 여성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며 처음엔 고발영화로 만들까도 고민했다고 전했다.

“개인적인 관심사였어요. 처음에는 어촌마을의 아이들 이야기였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이주 여성이 등장하게 됐죠. 자료 조사를 하다 보니 억울하게 죽은 사례들이 많아서 고발영화로 만들까도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제가 얘기함으로써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뀌게 된 거예요. 물론 이주 여성이 한국 사회에 와서 잘 적응하고 잘 사시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좋지 않은 사건들이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대책 마련이나 이들을 방임하고 방치하는 현실을 우리가 인식해야 할 단계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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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