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난 톱스타 아냐", 연예인들아 배워라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6.07 10: 45

[유진모의 테마토크] 연예인의 나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각각 다를 수 있지만 운동선수의 전성기가 20대라면 배우의 전성기는 30~40대가 아닐까?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수놓는 톱스타를 보면 대부분 30대에서 40대의 연령대를 지녔다. 일부 청소년용 작품을 제외하면 어김 없이 그 연령대의 배우들이 주인공을 맡는다.
그 이유는 이 연령대가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이고 가장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할 때이며 사랑에 있어서도 비교적 실수 없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30대 배우와 40대 배우의 연기력을 비교하자면 단연 40대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 이유는 가수는 세월이 흐를수록 힘이 떨어져 가창력이 감소하지만 배우의 연기력은 해를 거듭할수록 무르익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라고 하더라도 작품수가 계속 늘어나고 세월이 흐른다면 분명히 연기력은 상승한다.

그런 면에서 30대 여배우와 40대 남배우는 연기력과 매력 모두가 보장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하지원 손예진 김하늘 김태희 등 30대 여배우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휩쓸고 있으며 남자 주인공은 대부분 40대인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런 맥락에서 43세의 김혜수는 단연 보석같은 여배우다. 현재 40대 여배우 중 한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멜로 코드를 표현할 수 있는 이는 김혜수를 비롯해 엄정화(44)와 고현정(42) 정도다. 엄정화는 현재 영화 '몽타주'에 출연 중이다. 이 영화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엄정화의 이름값을 톡톡히 입증하고 있다.
고현정은 오는 12일부터 방송되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의 주인공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속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김혜수는 얼마전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을 통해 다시 한번 '김혜수 돌풍'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는 경쟁작 '구가의 서'의 워낙 거센 힘에 눌려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놓치긴 했지만 그 화제성에서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비정규직 800만 명 시대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그리는 동시에 샐러리맨들의 디테일한 실생활을 그려내는 가운데 단연 김혜수라는 배우의 값어치를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김혜수가 돋보였던 점은 극중 미스김이라는 캐릭터를 훌륭하게 그려낸 점도 훌륭하지만 방송 직전 논문표절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그녀는 쿨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 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볼 때 그녀가 잘못된 것은 분명하다. 비도덕적이다. 하지만 그녀의 천직은 배우다. 죄는 죄고 일은 일이다. 이미 편성이 잡혀 방송이 코앞인 작품을 자신 하나로 인해 망칠 수는 없었다. 그녀가 부도덕한 행동이 드러났음에도 연기를 열심히 해야 했던 이유는 그녀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 그리고 제작진을 위해서다.
그녀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톱스타는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1986년 고 1 때 데뷔한 그녀는 자신이 오래 남아있기 때문에 톱스타로 비춰지는 것일 뿐 톱스타의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겸손하게 얘기했다.
그렇다면 40대 초반의 '톱스타' 3인방 엄정화 김혜수 고현정을 비교해보자.
엄정화는 가수와 배우를 넘나든다. 가수로 활동할 때의 엄정화는 자신을 대중에게 소비시키는 방식이 섹시 이미지였다. 파격적인 무대 의상과 메이크업으로 엄정화식 스타일을 새로 창조해내는 그녀는 비주얼리스트이면서도 꽤 대중성을 아는 섹시 댄스가수였다.
반면 영화배우로서 나설 때는 그녀는 작품성을 우선시 한다. 지금까지 그녀는 가벼운 로맨틱코미디나 삼류 코미디에는 절대 출연한 적이 없다. 그녀는 자신이 손예진 전도연과 경쟁해서 이길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래서 그녀는 작품의 완성도와 전체의 틀을 보고 영화를 결정한다. 왜냐면 젊은 후배들보다 미모는 떨어질지 몰라도 연기력만큼은 자신있으므로.
고현정은 오랫동안 '모래시계'의 단아한 이미지를 대중에게 소비시켜 왔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겉으로 봐도 늙었다. 한때 재벌가의 며느리로서 아이까지 낳고 살림살이를 하던 아줌마의 그늘이 얼굴에 깊게 배있다. 아무리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연기력으로 세월을 커버하려 해도 이혼의 풍상을 겪은 그녀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울 수는 없다.
물론 장점도 있다. '모래시계' 때만 하더라도 그녀는 미스코리아 출신의 외모만 빛날 뿐 연기력은 거론조차 하기 낮뜨거울 수준이었지만 이제 그녀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풍부한 인생경험과 나이가 연기력을 급성장시켜준 것이다.
그런데 김혜수는 40대 초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섹시하다. 대중도 그녀의 섹시이미지를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섹시함은 거부감을 안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겸손의 미덕까지 갖췄다.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톱스타가 아니라고 한 점은 그녀가 어린 나이에 뭣도 모르고 연예계에 뛰어든 이후 20여년을 지나면서 산전수전 다 겪는 가운데 인격적으로 성숙해서 겸손해졌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것이 가식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최소한 연예인이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영리하게 파악한 증거이니 그것 역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중요한 점은 그녀가 스스로 톱스타가 아니라고 강조한 점에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건방진 연예인을 숱하게 볼 수 있다. 하루 아침에 조금 유명해졌다고 어깨가 갑자기 올라가고 말투가 달라진 사람들은 적잖게 본다. 더욱더 가관인 것은 그들이 결코 톱스타가 아니라 이제 겨우 대중이 알아볼 만큼 성장했을 뿐인데 그 자신은 할리우드에 진출한 것처럼 과하게 건방져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연예인들은 대부분 불미스러운 일로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마약 도박 음주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자신의 건방짐에 대한 심판을 받곤 한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이 있다. 톱스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대중이 그 대우를 해주는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예인은 스스로 등급을 정하고 자아도취에 빠지는 결정적인 판단착오를 할 게 아니라 대중의 판단과 그에 따른 '등급판정'을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게 현명하다.
우리는 한류열풍의 세계화에 따른 한국의 세계에서의 위상 상승으로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국내에서 개봉될 즈음이면 할리우드 톱스타들을 직접 보는 행운을 누리곤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겸손하다. 영화 한 편 출연에 우리나라 블록버스터 수십편은 만들 법한 개런티를 받는 그 귀한 몸들도 대중과 소통할 때는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곤 한다. 하물며 국내에서조차 톱스타 자리에 오르지 못한 이들이 마치 장동건 전지현이 된 듯한 행동을 하는 모습은 가소롭기 그지 없다.
김혜수가 그 나이에도 아직도 30대 초중반의 젊음을 유지하며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비결은 그 겸손한 자세, 혹은 겸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의 깨달음에 있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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