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에 주름이 제대로 새겨져 갓 받은 새 옷 티가 제대로 나왔다. 1군 구장의 풍경과 새로운 소속팀에 낯선 표정을 짓기도 했으나 그 곳에 제대로 된 프로 선수로 서고 싶다는 눈빛은 살아 있었다. 고양 원더스 출신으로 넥센 히어로즈 입성에 성공한 우투좌타 내야수 김정록(23)이 전남 강진 퓨처스팀 훈련장으로 향하기 전 1군 안방 목동구장을 찾았다.
김정록은 선린인터넷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일본 키비국제대학에서 야구활동을 이어왔으며 해병대 전역을 앞두고 휴가 기간 중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원더스 창단 멤버로 합류했던 바 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올 시즌에는 타격에도 재능을 보이며 원더스 소속으로 활약한 퓨처스리그 교류경기에서 11경기 31타수 10안타 타율 3할2푼3리를 기록한 바 있다.
공수 맹활약 덕택에 넥센에 신고선수로 입단한 김정록. 이는 원더스 구단으로 따지면 11번째 프로 선수 배출이며 넥센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지난해 외야수 안태영에 이어 두 번째다. 6일 목동 KIA전을 앞두고 김정록은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에 인사를 하러 왔다. 마침 김정록의 곁을 지나치던 ‘핵잠수함’ 김병현은 김정록에게 환영의 표시로 주먹 맞부딪히기를 제안했다. 잠시 쭈뼛거리던 김정록은 공손히 김병현과 주먹을 부딪혔다.

“김병현 선배님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뵙는 것 같아요. 박찬호(전 한화) 선배님 등 스타 플레이어들이 나서는 야구교실에서 학생 선수로 보는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염 감독님께서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강도 높은 지옥훈련으로도 명성을 떨친 김성근 원더스 감독은 1년 반 이상 팀을 지도하며 11명의 프로 선수를 배출했다. 지난해 LG에 입단한 좌완 이희성을 시작으로 꾸준히 신고선수를 프로 팀으로 보냈다. 9개 구단 어느 곳에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점차 원더스의 주력이 되고 프로 무대를 밟고 있다. 넥센의 신고선수가 된 김정록에게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이야기했을까.
“이제부터는 네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잖아요. 그만큼 원더스 시절보다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이어 김정록은 “서건창이 고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다”라고 밝혔다. 광주일고 시절 서건창은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재활을 한 바 있었고 김정록도 고교 시절 어깨 재활을 하며 서건창을 만나 친해졌다. 서건창도 넥센에서의 시작은 신고선수였으나 제 재능을 유감없이 떨치며 지난 시즌 신인왕-2루수 부문 골든글러버로 신데렐라가 되었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 봤어요. 훈련하는 시간이라 ‘반갑다. 이제 운동하러 가야 돼’ 정도 이야기했어요. 건창이랑 같은 팀이 되었으니 제가 영광이지요. 오늘(7일) 저녁에 강진으로 내려갑니다”. 경직된 표정이었으나 김정록은 목동 구장을 단순한 인사 차원이 아닌 진정한 팀 전력 선수로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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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