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이전부터 관심을 모았다던 투수는 정작 무너졌고 장타력을 갖춘 유격수가 기량을 뽐냈다. 넥센 히어로즈 주전 유격수 강정호(26)와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27)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강정호는 7일 목동 KIA전에서 5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2-2로 맞선 5회말 윤석민의 슬라이더(134km)를 당겨 좌월 결승 스리런을 때려내는 등 4타수 2안타 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7회초에는 이용규의 타구를 미끄러지듯 잡아 무릎 앉아 송구로 범타처리하는 호수비를 보여줬다. 강정호의 활약 덕택에 넥센은 8-2 승리를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이날 목동에는 스티브 윌슨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중앙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지난 삼성전서부터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은근한 관심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뿐 아니라 일본 요미우리 등 해외 스카우트진은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돌직구도 보았으나 강정호도 내심 시야에 두었다. 한 스카우트는 “강견에 일발장타력을 지닌 타자다. 일단 지켜볼 만한 타자”라고 평했다. 지난해 두산 수석코치를 맡았던 이토 쓰토무 현 지바 롯데 감독도 “체구 작은 데 똘똘한 야구를 하는 김선빈(KIA)도 뛰어나지만 화려하면서도 강견과 장타력, 도루 센스를 지닌 강정호도 눈에 띈다”라며 점수를 주었다.

반면 윤석민은 5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5실점으로 무너지며 패전투수가 되었다. 3회까지 무실점으로 기교투를 펼친 윤석민. 그러나 4회말 1사에서 상대 주포 박병호에게 동점 솔로포를 내주며 흔들렸다. 3구 째 직구(144km)가 박병호의 배트 중심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다. 5회초 팀이 김선빈의 2루타로 2-1 리드를 잡아낸 뒤 윤석민은 5회말 마운드에 올라 2사 후 장기영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장기영의 2루 도루에 이은 이택근의 볼넷 출루로 1,2루 실점 위기에 몰린 윤석민. 4회 솔로포를 때려낸 박병호는 윤석민의 밋밋하게 몰린 슬라이더를 그대로 당겨 3-유 간을 뚫는 1타점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윤석민의 2실점 째다. 이어 강정호는 윤석민의 4구 째를 당겨 좌월 스리런을 때려냈다. 윤석민이 완전히 무너진 순간이다.
윤석민의 투구를 지켜본 또 다른 스카우트는 “기본적인 직구 구위를 앞세우기보다 결정적인 순간 슬라이더를 의존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이마저도 제구가 안 좋았다”라며 낮은 점수를 주었다. 7일 목동전은 둘의 희비가 확연히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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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