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성적이다. “무너진다”는 수군거림도 들린다. 실제 SK는 위기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다. 시간은 충분하고 능력도 있다. 김강민(31, SK)의 몸짓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SK는 7일 현재 21승25패1무(승률 .457)를 기록 중이다. 5월 중순까지 5할 승률 유지에 애를 먹더니 어느새 7위까지 처졌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권과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여러모로 불안한 행보다. 예전보다는 전력이 떨어졌을 뿐더러 그 전력도 많은 부상자로 100%가 아니다. 결국 시즌 초반 항상 먼저 치고나갔던 그간의 모습이 실종됐다.
주중 NC와의 마산 3연전에서는 이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SK는 3연전에서 1승2패를 기록했다. 특히 5일 경기에서는 5-11로 대패했다. 6일 경기에서도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뜻대로 안 된다”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주장 정근우 등 몇몇 선수들은 분함을 이겨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현실이 SK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을까. SK는 7일 문학 한화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경기 전 “선수들의 눈빛에서 희망을 봤다”라는 이만수 SK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단순히 12-3의 대승 때문도, 2회까지 홈런 4방을 터뜨린 장타력 때문도 아니었다. 선수들의 몸짓 하나하나에서 투지가 드러났다. 마치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가장 빛났던 선수는 선발 중견수 및 8번 타자로 출전한 김강민이었다.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김강민은 이날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공격보다 더 빛난 것이 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의 허슬 플레이였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인 김강민은 이날 SK 그라운드의 중간을 지배했다.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두 차례나 전력 질주해 걷어냈다. 가뜩이나 풀리지 않던 한화 공격진에 한치의 여지도 주지 않는 호수비였다.
주루에서도 남다른 집중력을 선보였다. 6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중간 방향 타구를 친 김강민은 작정하고 2루까지 내달렸다. 이후 박경완의 중견수 뜬공 때는 3루까지, 조동화의 좌익수 뜬공 때는 홈까지 내달렸다. 이미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마치 역전을 노리는 주자처럼 열심히 뛰었다. 가장 기초적인 것에 충실한 보이지 않는 허슬 플레이였다.
김강민 외 다른 주축 선수들도 달라진 집중력을 보였다.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던 박정권은 4타수 3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다. 박재상도 투지 있는 모습과 수비력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만수 SK 감독도 흐뭇해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박정권이 잘 쳤고 무엇보다 김강민 박재상의 허슬플레이가 인상깊었다”고 칭찬했다. 4홈런보다는 선수들의 투지와 집중력에 주목한 것이다.
홈런은 항상 나올 수 없다. 선발 투수가 매 경기 호투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선수들의 집중력과 투지는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가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박빙의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전성기 SK는 이 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SK 역전의 용사들이 그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음을 확인한 김강민의 몸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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