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는 투수들도 대개 9번 타자로 타격에 나선다. 때문에 투수가 타격하거나 주루 플레이 후에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공격 후 다음 이닝 투구를 위해 투수가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야수들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특히 투수 다음 타자인 1번 타자는 9번 타자 투수를 위해 가급적 타석에서 시간을 많이 끌어야 한다.
한국인 빅리거 류현진(LA 다저스)이 등판한 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1번 타자로 출장한 신예 스타 푸이그가 내셔널리그 1번 타자의 전형을 보여주며 류현진의 패전을 막았다. 푸이그는 0-1로 뒤진 6회말 공격서 9번 류현진이 초구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타석에 천천히 들어섰다. 2사 주자없는 상황에게 푸이그는 초구를 맞이하기 전에는 타임을 걸어 시간을 끈 뒤 초구 변화구 스트라이크는 기습번트 동작만 살짝 취하며 그냥 보냈다.
그리고 2구째 바깥쪽 낮은 변화구를 들어올려 좌측 펜스를 넘어가는 동점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나름 시간을 끌며 공격에 임했다.

푸이그가 2구째를 통타해 동점 홈런을 날리는 과정을 되돌아보면 투수 류현진에게 최대한 준비 시간을 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비록 2구를 때렸지만 이전 타석 때 초구를 건드려 류현진에 부담을 준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실 푸이그는 이전 타석에서는 1번 타자로서 투수 보호를 해주지 못했다. 3회말 공격서 류현진은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애틀랜타 선발 마홀름에 맞서 7구까지 끌고간 끝에 유격수 땅볼로 물러난 뒤 다음 타자 푸이그는 초구를 건드려 역시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그리고 다음 이닝 4회초 수비에서 류현진은 애틀랜타 선두타자 프리먼에게 2루타를 맞고 적시타를 허용, 1실점했다. 3회말 공격서 들어온 뒤 준비 시간이 짧았던 것도 실점의 한 요인으로 푸이그의 3회 공격이 아쉬움을 남긴 장면이었다.
그래도 푸이그가 6회에는 1번 타자의 의무를 각성하고 제대로 실행한 것은 물론 동점 홈런까지 날려줘 ‘류현진 도우미’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한국프로야구처럼 지명타자제를 운영하는 아메리칸 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내셔널리그만의 1번 타자 의무에 푸이그가 서서히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한편 다저스는 연장 접전끝에 상대 투수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아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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