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에도 의연한 류현진, 승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6.08 15: 51

LA 다저스 류현진(26)이 불운에도 웃었다. 아니 그는 불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팀은 이겼고, 그는 벤치의 믿음과 신뢰를 재확인했다. 승리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얻은 한판이었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아쉽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류현진은 웃음을 띄었다. 그는 "팀이 이겨서 좋다. 팀이 이기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다저스는 연장 10회말 애틀랜타 투수 앤서니 바바로의 폭투 덕분에 2-1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첫 끝내기로 최근 5경기 4승1패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비록 자신의 승수는 추가하지 못했지만 팀승리의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호투였다. 개인의 승리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의 가치를 잘 아는 그이기에 웃음을 보인 것이다. 다저스는 류현진이 선발로 나온 12경기에서 8승4패로 6할6푼7리의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또 하나의 수확은 벤치의 믿음과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점이었다. 이미 7회까지 107개의 공을 던진 류현진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은 안드렐톤 시몬스와 제이슨 헤이워드를 각각 1구-3구 만에 땅볼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그때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뚜벅뚜벅 마운드에 올랐다. 누구나 투수교체를 생각하는 상황. 
매팅리 감독은 내야수들을 모아 놓고 한참 동안 이야기한 뒤 홀로 덕아웃을 향했다. 투구수 111개에 달한 류현진을 믿은 것이다. 비록 류현진은 저스틴 업튼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며 아쉬움을 삼켰지만 매팅리 감독은 1-1 동점 상황에서도 류현진에게 '에이스' 예우를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 후 매팅리 감독은 "8회 두 번째 타자가 왼손이라 그때까지만 상대하게 하려 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적은 투구수로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고, 하나만 더 잡으면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류현진의 승리를 챙겨주고 싶은 게 매팅리 감독의 마음이었고, '괜찮다'는 류현진의 의사를 존중했다.  
비록 류현진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7승에 실패했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 더 값진 팀 승리와 함께 감독의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 그리고 예우를 몸소 느꼈다. 불운에도 의연한 류현진에게는 승리보다 더 큰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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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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