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유희관, 에이스에게 안 밀렸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09 08: 28

넉살좋은 좌완 유망주. 구속은 빠르지 않아도 자신 있게 자신이 생각한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은 지난해 다승왕에게도 밀리지 않는 호투 비결이 되었다. ‘한국판 제이미 모이어’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이 지난 시즌 다승왕(17승) 장원삼(삼성)과의 선발 쾌투 대결로 스스로 진가를 높였다.
유희관은 지난 8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는 따내지 못했으나 지난 시즌 다승왕이자 삼성 에이스인 장원삼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는 호투로 경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 주목할 만 했다. 지난 2일 잠실 넥센전서 7이닝 5피안타 3실점 승리를 거둔 데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다.
올 시즌 사실상 처음으로 1군에서 제대로 된 기회를 잡고 있는 유희관은 22경기 3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 중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5km 가량으로 프로 투수들 가운데 느린 편이지만 좋은 제구력과 최저 73km까지 떨어지는 초슬로커브, 체인지업 등의 구사력이 뛰어나다.

8일 경기서 유희관의 직구는 최고 135km, 평균 130km 가량이었다. 그러나 직구 외 주 패턴으로 삼은 체인지업의 빠르기가 119~124km로 평균 구속 차가 10km 미만이었다. 직구와 비슷하게 다가오다 홈플레이트에서 떨어지는 움직임을 보이며 삼성 타자들을 혼동하게 했다. 4회말 2사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배영섭을 2루 땅볼처리하며 스스로 위기를 넘어간 담력도 높이 살 만하다.
선발 등판 시 경기 초반 실점률이 높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5⅔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이자 선발승을 거둔 5월 4일 잠실 LG전을 제외하면 모두 1회에 실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유희관은 1회 위기를 넘고 나면 이후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는 기교파 투수다. 내줄 점수는 내주더라도 단점을 답습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을 던진다는 것도 장점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유희관은 굉장히 넉살 좋고 입담도 뛰어난 투수다. 데뷔 첫 해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2군 훈련장이던 경기도 이천 베이스필드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야 했던 유희관은 “2군 숙소에서 훈련 다 끝나고 여가 시간에 하는 것이 탁구다. 하도 탁구를 많이 쳐서 탁구로 메달 딸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실제로 뛰어난 탁구 솜씨를 자랑하는 유희관은 “예전부터 나한테는 다들 운동은 다 잘한다고 하더라. 야구 빼고”라며 좌중을 뒤집어 놓은 바 있다.
넉살 좋은 성격은 씩씩하게 공을 던지는 원동력이다. 전지훈련 당시에도 유희관이 선발 훈련을 할 때 “공이 느려서 선발로 확실히 위력을 비출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물음표가 가득했으나 유희관은 자신 있게 자기 공을 던지며 스스로 기회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올 시즌 두산이 내세울 만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하다.
아직 시즌은 절반도 넘게 남았다. 그리고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슬럼프에도 대비를 하고 또 헤쳐나가야 한다. 씩씩하게 디펜딩 챔프 타선 앞에서 자기 공을 던진 유희관은 의연하게 다음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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