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상승세만큼이나 불꽃 튀는 1군 생존경쟁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9 07: 15

“많이 생각하고 있다. 투수 쪽을 한 명 늘릴 수도, 아니면 야수 쪽을 한 명 늘릴 수도 있다.”
LG 김기태 감독은 이번 주말 3연전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유원상 현재윤 이병규(7번) 등 1군 전력 선수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 팀에 부상선수가 나왔거나 팀이 하락세에 있어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면, 얼마든지 1군 엔트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하지만 LG는 8일까지 6번 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 지난 3주 동안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팀 전력이 안정화됐을 뿐더러, 지금까지 함께 고생하면서 올라온 선수를 엔트리에서 제외하기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실제로 LG의 한 코치는 “감독님께서 한창 성적이 안 좋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선수를 2군으로 내려 보내기가 힘드신 것 같다. 게다가 워낙 팀이 잘나가고 있으니까 한 두 명이 와도 팀 전력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도 하고 계신 듯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LG는 엔트리를 변경하지 않는 게 지금의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김기태 감독은 매 경기 엔트리 기용 폭을 넓게 가져가는 편인데 신기하게도 현재 26명의 선수 대부분이 자기 몫을 하고 있다. 더욱이 몇몇 중심 선수들은 체력안배와 컨디션 관리에 임하며 모든 경기에 선발출장하지 않는데 매번 이들을 대신해 출장하는 신예들이 맹활약을 펼친다. 지난 5월 31일 1군에 합류한 국가대표 외야수 이진영은 “내가 낄 자리가 없다. 모두들 굉장히 잘한다. 나는 그저 덕아웃에서 열심히 응원이나 해야겠다”고 농담을 전한다.
현재 LG는 팀 평균자책점 1위, 팀 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불펜진은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선이 모호하고 타선은 상하위 타순의 기량차이가 적다.
투수 12명 중 리즈 주키치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의 선발진 5명을 제외하면 7명이 남는다. 그 7명 중 필승조 봉중근 정현욱 이동현 이상열 류택현 5명을 빼면 마지막 남은 2명은 임찬규와 임정우다. 그런데 둘 또한 맡은 역할이 분명하다. 선발진에 있었던 임찬규는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졌을 경우를 대비한 카드다. 임정우는 필승조의 체력이 떨어졌거나 경기 후반 팀이 지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른다.
임찬규는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주키치가 3이닝 밖에 버티지 못하자 4회부터 등판, 5이닝 동안 65개의 공을 던지며 자기 몫을 다했다. 만일 당시 임찬규도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면, 이번 주 LG의 불펜 운용은 훨씬 더 힘들어졌을 것이다. 임정우 또한 8일 잠실 롯데전에서 전날까지 3일 연투한 이동현과 1이닝 이상을 투구한 정현욱의 체력 안배를 위해 등판, 2이닝 퍼펙트로 활약했다.
유원상의 퓨처스리그 등판 성적이 좋지 않고 페이스 또한 다소 더딘 만큼, 지금 당장 LG 투수진에 엔트리 변경이 일어날 확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극심한 부진에 빠지거나 다치지 않는 한에는 말이다. 
야수진도 투수진과 비슷하다. 6명의 타자가 3할대 타율을 찍고 있는데 이 중 3명이 통산 처음으로 3할을 맛보고 있다. 매 경기 결승타의 주인공이 다르고 상하위타순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뽑는다. 일단 이병규(9번)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정의윤 오지환 손주인 문선재 김용의까지 9명은 고정 전력이라 볼 수 있다. 수비 강화나 대주자 등의 역할은 이대형 권용관 정주현이 한다. 포수진 역시 윤요섭 최경철이 절묘하게 역할을 나눠서 팀에 안정감을 심어준 상태다. LG 에이스투수 레다메스 리즈는 “우리 팀은 백업 선수들이 단순한 백업 선수들이 아니다. 그라운드에 나가면 다들 엄청 잘한다”고 말할 정도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선 이병규(7번)가 1군에 들어가야 하나 이미 1군 외야진의 공격력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현재윤 또한 한 달이 넘게 1군과 떨어져 있었고 체력 안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매 경기 주전포수로 나갈 수는 없다. 윤요섭과 최경철이 형성해 놓은 조화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이는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긍정적인 신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1군 선수들 모두 자신의 엔트리 제외를 의식하고 있다. 자신과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의 퓨처스리그 성적까지 살펴보며 1군서 생존하기 위해 매 순간 전력을 다한다. 일전에 정현욱은 “1군 엔트리를 봤을 때 뺄 선수가 없는 팀, 2군에서 누군가를 꼭 콜업해야 하는 데 그 자리를 위해 뺄 선수를 정하기가 힘든 팀이 강팀이다”고 전한 바 있다. 
물론 앞으로도 엔트리 변경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상자나 컨디션 난조인 선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엔트리 교체가 이뤄진다. 일단 지금은 부상자도, 특별히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도 없다. 연일 김기태 감독 앞으로 2군 보고서가 올라오는 가운데  2군행을 피하기 위한 LG 선수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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