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로 불릴 수 있는 학창시절을 숨김없이 공개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인간의 조건’이 ‘친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 마음이 서로 통해 가깝게 사귀는 사람이 ‘친구’라고 정의되지만, 이들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모습에서는 추억을 공유한 사람들이 모두 따뜻한 친구임을 알게 했다.
지난 8일 방송된 ‘인간의 조건’에서는 진짜 친구 찾기 미션을 수행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특히 아무리 곱씹어도 애매한 ‘진짜 친구’를 찾아 떠나는 멤버들에는 설렘도 있었지만,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 또한 리얼하게 담아냈다.
그 동안 다양한 친구찾기 프로그램이 존재했지만,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중심으로 했던 프로그램에서는 학창시절 친구가 당연히 연예인이 된 친구를 기억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 하나의 쇼를 완성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은 수평적인 친구 관계에 초점을 뒀고, 두 친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어린시절 추억을 만나는 것을 중점으로 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박성호가 유치원 시절 자신의 친구를 찾아가는 모습은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게 만들었다. TV 속 앵그리버드 박성호가 유치원을 같이 다닌 박성호란 사실을 알지 못했던 머리가 희끗해진 친구는, 박성호에 쉽게 말을 놓지 못했고 박성호 또한 머뭇거리는 모습으로 이들 사이에 있던 세월의 간격을 알게 했다. 곧 마음을 허문 이들은 미소 지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사실은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는 않는 모습으로 리얼함을 끌어올렸다.
반면 학창시절부터 우애를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은 유쾌한 웃음을 전달했다. 김준현의 독특한 친구들은 함께 만나는 것만으로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가식 없는 웃음을 유발하게 만들었고, 양상국의 친구들도 반항기가 가득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모두 사회인이 돼 그 시절 철없던 행동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편안한 사이로 눈길을 끌었다.
‘진짜 친구 찾기’라는 주제부터 친구를 진짜와 가짜로 나눌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했던 체험과제였다. 마음 터놓을 곳이 부족한 시청자들에게 이번 ‘인간의 조건’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며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볼 수 있는 계기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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