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의 포수론과 박경완의 경쟁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09 10: 30

경쟁의 기회를 얻은 박경완(41, SK)이 서서히 팀 내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뛰어난 두뇌회전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이를 바라보는 이만수(55) SK 감독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이 감독의 포수론과 박경완의 경쟁력이 점차 맞아 떨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지난 5월 28일 올 시즌 첫 1군 무대에 등록된 박경완은 그 후 4경기에 나섰다. 교체로 1경기, 선발로 3경기였다. 7일과 8일 열린 문학 한화전에는 모두 선발로 나서 팀의 승리를 함께 했다.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박경완에 대해 “역시 노련하게 투수들을 이끈다”라고 호평했다. 타율은 9푼1리(11타수 1안타)에 불과하지만 1안타가 자신의 통산 314호 홈런(7일 문학 한화전)이기도 했다. 외야로 뻗어 나가는 타구도 많았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박경완을 1군에 올린 이만수 감독도 '박경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4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박경완의 첫 경기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확실히 투수들을 잘 이끄는 것 같다”라고 했다. 7·8일 경기 후에도 “투수들이 잘 던졌고 박경완이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라며 수훈선수로 뽑았다. 현 시점까지는 박경완이 찾아온 기회를 잘 잡는 모양새다.

자신도 포수 출신인 이 감독은 포수론에 대한 확고한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지론은 원칙론에 가깝다. 포수의 기본을 중시한다. 이 감독은 포수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잘 잡고, 잘 막고, 잘 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수리드와 타격은 그 다음이다. 투수의 호투 중 포수의 리드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계량화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포수의 리드가 빼어나다 하더라도 투수가 요구대로 던지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측면도 있다.
다만 알려진 것처럼 투수리드 효과를 아예 부정하는 쪽은 아니다. 이 감독은 “분명 투수가 특정 포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은 있다”라고 했다. 박경완 이전에도 경기 후 “포수가 투수를 잘 이끌어줬다”라는 평가를 남기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의 원칙에 부합하면서도 투수리드까지 빼어나다면 금상첨화라는 뜻이다. 박경완이 점차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전으로 나서는 빈도가 많아지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런 이 감독의 포수론과 박경완의 경쟁력은 접점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을까. 가능성은 보인다는 평가다. 한 해설위원은 “지난해부터 공을 잡는 데 있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실전 감각이 회복되면 그런 모습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 송구 측면도 그렇다. 비록 세 차례의 도루를 허용하긴 했지만 몸놀림 자체는 그렇게 둔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타격은 이 감독 스스로가 “경기에 나가다보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달라진 SK 마운드의 사정을 감안해도 박경완의 몫은 중요하다. SK는 뛰어난 투수들의 힘으로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포수의 리드대로,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들이 많았기에 포수들의 리드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투수리드도 중요하지만 폭투를 막는 블로킹 능력과 주자를 묶어 놓는 견제 능력 등 든든한 안정감이 포수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경완이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투수리드 이전에 잘 잡고, 잘 막고, 잘 던지며 여기에 타격까지 뛰어났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현재 SK에는 이런 박경완의 능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박경완이 남은 경기에서 이 능력까지 과시할 수 있다면 자신의 1군 출장을 떠나 SK 전체 팀 경쟁력이 강해질 수 있다. 최고참으로서의 구심점 몫도 기대 효과 중 하나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