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줄어든 에러’ 유지현 코치가 전하는 LG 수비 향상 이유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9 10: 50

“잘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야수 정면으로 간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이겠지 했는데 알고 보니 시프트였다. 타석에 설 때 유심히 보니 유지현 코치님이 지시하고 계시더라. 괜히 현역시절 ‘꾀돌이’란 별명을 갖고 계신 게 아닌가보다.”
리그 정상급 타자 A는 LG만 만나면 울상이다. 완벽한 타이밍으로 투수의 공을 공략했고 타구의 질도 좋은데 빈번히 야수에게 잡힌다. 실제로 그는 올 시즌 LG와 맞붙어 우익수 정면 타구 2번, 2루수 정면 타구 1번을 기록하며 3개의 안타를 도둑맞았다. 이중에는 주자가 득점권에 자리했던 경우도 있었다. 수비 시프트 하나가 경기 흐름을 좌우한 것이다.
최근 LG의 가파른 상승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팀 평균자책점 1위로 올라선 막강 마운드, 상하위 타순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타오르는 타선, 주전 선수와 후보 선수간의 줄어든 기량 차이, 경기 후반 더 날카로워지는 집중력 등 어느덧 강팀이 되기 위한 퍼즐 조각이 하나 둘씩 맞아나가고 있다.

수비 또한 마찬가지다. 매년 불안한 수비로 실책 부문 하위권에 있었던 LG가 5월부터는 어느 팀 못지않은 견고한 수비력을 뽐내는 중이다. 3월 30일 개막전부터 4월 31일까지 22경기에서 야수진 실책 17개, 리그 6위에 쳐져있었는데 이후 30경기에선 야수진 실책 13개로 이 기간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수비 시프트뿐이 아닌 상대의 흐름을 끊는 호수비와 기본기가 바탕이 된 더블플레이 등 전반적인 수비 짜임새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지난 5일 잠실 두산전에선 정의윤이, 7일 잠실 롯데전에선 박용택이 다이빙 캐치로 팀을 구원한 바 있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는 꾸준히 수비 시프트가 성공하고 있는 것을 두고 “올해로 수비코치 2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 축적됐다. 또한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대표팀 타자들의 스윙 궤적과 타구 궤적 등을 보다 자세히 보고 알 수 있게 됐다”며 “확실히 일 년에 18번만 만나서 분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더라. 데이터가 풍부해진 만큼, 수비 시프트가 적중하는 경우도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구장 그라운드에 적응된 것 또한 수비 안정화의 결정적 요인 중 하나. 4월 중순까지만 해도 LG 내야진은 올 시즌 새로 바뀐 내야 흙에 지독하게 당했다. 거의 경기당 하나 꼴로 불규칙 바운드 타구가 나왔고 이로 인해 다 잡은 경기를 놓치기도 했다. 결국 LG 내야진은 단체 훈련에 앞서 30분 동안 특별 수비 훈련에 임했다. 내야수 최고참인 정성훈이 자발적으로 훈련을 시작했고 이후 후배들도 정성훈을 따라 움직였다.
유 코치는 “그라운드가 새로 바뀌었는데 적응할 기간은 시범경기 두 번 밖에 없었다. 시즌 초 고생을 하긴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극복한 상태다. 선수들과 구장 관리하시는 분들이 각별히 노력한 결과다”며 “계속 불규칙 바운드에 당했을 당시, 성훈이가 30분 일찍 나와서 훈련하겠다고 하더라. 자칫하면 체력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부분인데 먼저 훈련하겠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성훈이가 하니까 후배들도 모두 동참했고 그러면서 내야진이 안정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최근 팀의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외야수 정의윤의 수비 향상도 주목할 부분. 유 코치는 정의윤에 대해 “의윤이가 2년 전 군산 경기서 무릎에 큰 부상을 당했다. 사실상 작년까지도 부상을 안고 뛰었다. 팔꿈치도 안 좋았었다. 그래서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부상에서 완쾌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며 “지금은 아픈 곳 없이 경기에 나서고 있다. 몸 상태가 좋아지니 수비시 움츠려드는 경우가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송구도 지나치게 욕심을 내기 보다는 낮고 정확하게 던지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은 송구력이 좋아지기는 힘들어도 꾸준히 발전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센터라인 보강을 위한 트레이드 성공, 기존 선수들의 기량 향상, 1군과 2군의 선순환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 작년 12월 LG 유니폼을 입은 손주인은 풀타임 3년차를 맞이한 오지환과 함께 리그 정상급 키스톤 콤비를 이루고 있다. 5월 들어 몇몇 내야수의 컨디션이 떨어졌지만 5월 18일 권용관이 1군에 합류하며 1루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맡아줬다. 그러면서 LG는 양질의 내야진을 구축했다.  
유 코치는 “주인이가 오면서 병살 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다. 올 시즌은 병살성 타구는 100% 가까이 더블플레이로 만들고 있을 것이다. 멀티 포지션을 했던 친구인데 전문 2루수로 기용하게 된 게 좋게 작용한 거 같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유 코치는 “권용관의 1군 연착륙도 컸다. 지난 몇 년 동안 SK서 출장 경기수가 적었던 만큼 스피드 쪽에서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컨디션이 좋다는 2군 보고가 꾸준히 올라왔다. 직접 보니 역시 수비 실력이 건재하더라. 서동욱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최근 몇몇 내야수들이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었다.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용관이가 그 역할을 잘 해줬다”고 권용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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