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S 시즌1 파이널] 아름다운 패배로 끝난 정종현의 귀환
OSEN 고용준 기자
발행 2013.06.09 15: 26

올초 그가 유럽지역을 선택할 때 e스포츠팬들의 여론은 양쪽으로 나뉠 정도로 들끓었다. 그의 도전을 응원한 팬들도 많았지만 자유의날개 시절 최고의 네임드로 군림했던 그가 해외무대에서 뛴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나머지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결코 도망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패배로 기억에 남기에는 충분했다. 스타2 자유의날개 시절 최강자로 유럽지역 우승을 시작해 왕의 귀환 신드롬을 일으켰던 '정종왕' 정종현(22, LG IM)의 화려환 귀환이 WCS 시즌1 파이널 4강에서 일단 멈췄다.
정종현은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 WCS 시즌1 파이널' 이신형과 4강전서 풀세트 접전끝에 2-3 패배를 당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전 분위기는 이신형의 압승이 예상됐었다. 이신형은 최근 스타2 군단의 심장 테란 중 아이콘인 선수로 전날 8강에서는 퍼펙트게임의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도 정종현이 과연 얼마나 버틸지에 초점이 맞춰질 정도로 이신형의 우세가 점쳐쳤다.
경기 시작과 함께 역시 분위기는 이신형 쪽으로 확 기울었다. 이신형은 특출난 피지컬과 발군의 기량 등 보여지는 모든 면에서 정종현을 압도하며 1세트를 쉽게 승리했다. 의료선에 화염기갑병을 드롭하는 엇비슷한 빌드로 출발했지만 낙승에 가까울 정도 이신형이 쉽게 이겼다.
2세트 초중반 분위기 역시 정종현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그러나 정종현은 승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집중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면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신형의 정면을 무모할 정도로 두들겼다.
경기를 해설했던 온게임넷 김태형 해설위원이나 강동훈 LG IM 감독 역시 "몇번 이나 'GG'를 치고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 기울었던 경기서 백전노장의 관록이 빛나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던 이신형은 화력의 중심을 전투순양함 체제로 개편할 정도로 정종현이 불리했던 상황에서 정종현은 군단의심장 이후로 잘사용되지 않는 밤까마귀 카드를 꺼내들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밤까마귀의 추적미사일이 기막히게 전투순양함에 강타되면서 시작된 역습은 대부분일꾼까지 합세하면서 그 힘을 더욱 키웠다. 공성전차-토르에 일꾼이 추가된 정종현의 한 방 러시는 이신형의 본진까지 그대로 무너뜨렸고, 결국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사실 유럽무대 진출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지역보다는 유리할 수 있지만 해외체류기간 동안에는 국내 팀원들과 연습은 네트워크 핑 문제 등으로 사실상 불가능해 그만큼 실력적인 측면에서 손해가 많은 위험한 선택이다. 물론 시차적응과 만만치않은 체류비용도 무시하기 힘들다.
승부는 아쉽게 2-3 패배로 끝났지만 마지막 5세트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정종현. 그의 눈부신 투혼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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