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봐도 아웃도어가 대세이고 때마침 아웃도어의 계절이다. 갑갑한 일상을 탈출하는 자유로움에 정서적 힐링 효과까지 더해져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은 현대인이 향유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됐다.
아웃도어의 시작이 ‘패션’이라면 아웃도어의 끝은 자동차다. 각종 아웃도어 장비를 싣고 내달리는 기본적인 기능에서부터 텐트가 펼쳐지는 베이스캠프의 구실까지 자동차를 빼놓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설계하는 것은 실행파일 없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
다양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파고들고 있는 가운데 혼다 코리아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근래 한국 시장에 들여오고 있는 차량들이 공교롭게도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 된 세그먼트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8일 혼다코리아가 경기 양평 솔뜰캠핑장에서 마련한 시승행사는 혼다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하체와 엔진이 튼튼한 차’ 혼다의 특성과 잘 맞아 떨어진 프로젝트가 깊은 산속 오토 캠핑장에서 펼쳐졌다.
이날 행사에 동원된 혼다의 아웃도어 콘셉트 차량은 ‘오딧세이’ ‘파일럿’ ‘크로스투어’ 등 3종이다. 제각기 미니밴, 오프로드, 크로스오버 유틸리티라는 특징은 있지만 이들 차량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어디론가 훌적 떠나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다.
행사 참가자들이 각 차량들의 특성에 맞게 개발 된 시승코스를 돌면서 혼다 세그먼트의 야생 친화적인 매력을 받아들이는 데 드는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한 가족이 오토캠핑을 떠나기 위해 필요한 장비 용량은 2~3인 가족이 250~350리터, 4~5인 가족이 400~550리터, 7인 이상의 가족은 600리터 이상이 필요하다. 차량의 적재용량이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사람이 짐에 치이는 암담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딧세이’의 적재공간은 기본 용량이 1087리터지만 2열 시트를 폴딩했을 경우는 최대 4205리까지 확장 된다. 파일럿은 기본용량 510리터, 2열시트 폴딩시 2464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고 크로스투어는 기본용량 455리터, 2열 시트 폴딩 시 1453리터의 용량이 확보 된다. 참고로 아반떼 신형의 트렁크 용량은 400리터다.
▲ ‘오딧세이’ 월드 베스트셀링카의 명성 그대로
오딧세이는 이미 미국 미니밴 시장에서 그 성능과 효용을 인정받은 차다. 1994년 출시 돼 4세대까지 진보하면서 북미 시장에서 매년 1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월드 베스트셀링 패밀리카다. 우리나라에는 작년 11월부터 수입이 시작 됐다.

사실 애초부터 미니밴으로 출발한 오딧세이를 놓고 적재용량이 풍부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눈에 보기에도 덩치가 부담스러운 오딧세이는 그러나 날렵한 움직임을 체험하는 순간, 덩치에 대한 선입관은 봄볕에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다.
오딧세이의 주행코스는 평탄한 길이 아닌, 양평의 험악한 산길을 오르내리도록 짜였다. 급커브와 급경사로가 뒤섞인 내리막길에서도 오딧세이가 수행하는 주행성능은 매우 안정적이었다.
3미터의 긴 축거와 전후면부 넓은 윤거를 컨트롤 하는 첨단 서스펜션이 핸들링 성능을 미니밴 그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덕분에 급커브가 이어지는 코스에서도 민첩하고 안정 된 주행이 가능했고 저속 구간에서는 댐퍼에 불필요한 진동을 흡수하는 ‘바이패스 댐퍼벨트’가 작동해 회전시 롤링을 최소화 했다.

그런가 하면 평지에서의 가속 성능은 전장 5,180mm의 덩치를 잊게 할 정도로 움직임이 자유로웠다. 치고 나가야 할 때 가볍게 치고 나갔고, 전 속도 구간에서 추가 가속 막힘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 무쌍한 주행 성능이 가능한 비결이 있었다. 혼다의 독자적 기술로 개발 된 3.5L VCM 엔진이 탑재 돼 있기 때문이다. VCM 엔진은 ‘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의 약자로 주행환경에 따라 가용 실린더를 변화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행환경에 따라 가용 실린더를 3, 4, 6기통으로 변환하는 가변 실린더 기술(VCM)이 오딧세이로 하여금 ‘두 얼굴의 차량’이 가능하도록 했다. 고출력을 필요로 하는 상황과 고속 주행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확연하게 달리 반응하는 오딧세이는 마치 2대의 차량을 모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차가 덩치가 크기 때문에 외관이 주는 인상도 중요한데 섬세한 공기역학적 설계가 전통적인 미니밴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전면부는 낮은 차체에서 출발하는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옆면부는 항공기 디자인에서 착안한 다이내믹 모노볼륨을, 후면부는 끝으로 갈수록 날렵해져 미니밴의 실용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휘발유를 연료로 쓰는 2013 혼다 오딧세이는 복합연비가 8.8km/l이고 국내 판매가는 4,790만 원이다.
▲‘크로스투어’ 세단이야? SUV야?
크로스투어는 최근에 개념이 도입된 프리미엄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를 지향한다. 세단의 안락함과 SUV의 실용성을 모두 취한 형태로 스포티 프리미엄(Sporty Premium)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해당 되는 차량이다.

차 이름에 ‘크로스’가 들어간 이유도 ‘크로스투어’의 아이덴티티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혼다는 크로스투어를 내 놓으면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차량으로 승용차, SUV, 쿠페의 장점을 모두 용합했다”고 자랑했다.
실용성도 실용성이지만 세단의 특징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크로스투어’의 시승은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이뤄졌다. 가속성능과 주행능력, 그리고 구불구불한 국도에서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주행 안정성이 크로스투어 시승의 주요 체크 항목이었다.
일단 ‘크로스투어’는 디자인에서부터 CUV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 세단의 안락함을 채택했다고는 하지만 세단의 디자인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선이 간결하면서도 굵어 스포티한 감성이 절로 드러난다. 차량 후면부의 쐐기모양으로 들떠 있는 디자인은 크로스투어가 지향하는 역동성과 공격성을 뒷받침한다.
실제 운전에서 가장 강하게 다가오는 디자인적인 요소는 사이드 미러다. 미려한 디자인으로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사이드 미러는 청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듯 시야가 시원하다. 우회전 방향지시등을 켜면 우측 사이드미러에 부착 된 카메라가 작동해 센터페시아의 8인치 디스플레이에 사각지대의 영상을 보여주고(레인와치, Lane Watch) 변속기를 후진 모드로 놓으면 사이드미러가 아래쪽으로 틸팅 돼 운전자의 시야를 확보해 준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크로스투어의 주행성능은 단연 돋보였다. 배기량 3,471cc의 고출력 엔진이 뿜어내는 힘은 웬만한 세단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차량 운행이 뜸한 중부내륙고속도로는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는 크로스투어의 주행성능을 확인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최고 출력 282마력에 최대 토크 34.8kg.m를 구가하는 크로스투어는 복합연비 9.9km/l로 휘발유 차량으로서는 준수한 연비 성능도 갖추고 있다. 이 같은 효과는 V6 3.5L SOHC i-VTEC과 VCM이 결합 된 엔진 기술이 만들어냈다. V6 3.5L의 고성능 엔진을 VCM으로 제어해 연료 소비를 4% 개선했다.
그렇다면 크로스투어의 아웃도어 차량으로서의 장점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바로 놀라울 정도의 확장성을 지닌 카고 스페이스(Cargo Space)다.
크로스투어는 기본적으로 폭 1,415mm, 깊이 1,059mm의 카고 플로어를 갖추고 있다. 뒷 유리창을 겸한 트렁크 도어는 SUV 수준으로 높게 열려 물건을 싣거나 내리는데 걸림돌이 없다. 또한 스페어 타이어를 차량 바깥으로 배치해 54L의 카고 박스를 놓을 수 있는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깜짝쇼에 가까운 기능은 2열 시트가 원터치로 폴딩이 된다는 점. 2열시트를 접을 경우 카고 플로어의 깊이는 1,918mm까지 늘어난다. 2열 시트는 승차인원과 화물의 양에 따라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를 화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간 활용이 높아지면 외부 소음이 커질 수 있다. 이를 위해 크로스투어는 ANC(Active Noise Control) 시스템을 적용해 실내로 유입되는 외부의 소음을 최대한 차단하도록 했다. 크로스투어의 가격은 4,690만 원이다.
▲ ‘파일럿’ 강력한 파워와 넉넉한 실내 공간, 오프로드가 두렵지 않아
‘파일럿’은 혼다의 대형 SUV 모델이다. 앞서 소개한 두 차량 보다는 좀더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아웃도어 라이프에 어울리는 차급이다. 외관부터가 강인한 인상을 주는 ‘파일럿’은 4륜 구동의 오프로드형이다.

시승행사도 오프로드형에 어울리게 양평의 유명산 자락에서 진행 됐다. 편도 1차선도 못 되는 좁은 산길을 ‘파일럿’은 쉼 없이 차고 올라갔다. 전날 쏟아진 때이른 폭우에 길바닥은 파이고 군데군데 웅덩이가 생겨 있었지만 ‘파일럿’의 질주 본능을 막는 장애물은 되지 못했다. 4륜 구동의 강력한 등판 능력은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트를 올라가는 듯한 경사로에도 한치 주저함이 없었다.
역시 파일럿의 강점은 강력한 파워에 있다고 봐야 할듯하다. 디자인에서부터 풍겨 나오는 강렬함은 쓰임새 그대로를 닮았다. 크로스투어와 같은 V6 SOHC i-VTEC+VCM 엔진을 장착해 3,471cc 배기량을 갖고 있다. 최고 출력은 크로스투어에 비해 약간 떨어지는 257마력이지만 최대토크는 35.4kg.m로 크로스투어를 능가한다.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오는 원천이다.
강력한 4륜 구동의 오프로드 성능도 ‘파일럿’의 자랑거리다. 여기에는 파일럿의 VTM-4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가변토크조절(Variable Torque Management)의 약자인 VTM-4 시스템은 진흙탕길, 빙판길, 험로 등 도로조건의 상황에 따라 4바퀴의 구동력이 자동적으로 조절되도록 한 시스템이다. 정속 주행시에는 전륜구동으로 운행 되다가 필요한 도로 상황이 되면 자동적으로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한다. 바퀴에서 미끄러짐이 감지되면 최대 70%의 구동력을 후륜에 전달하고 전륜과 후륜의 속도차이가 감지되면 ECU가 후륜에 구동력을 전달해 바퀴에 전달 되는 힘을 배분한다.
파일럿의 짧은 선회각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을 즐기게 한 또 하나의 비결이다.

뒷 트렁크의 넓은 적재공간은 부피가 큰 화물도 적재가 가능하다. 부피가 큰 아웃도어 캠핑용품이나 최근 덩치가 커진 고급 유모차 등도 간단히 실린다.
승차공간도 넉넉하다. 4,324리터의 승차공간은 3열까지 어른 세 명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파일럿의 기본 트렁크 공간은 509리터이지만 좌석을 접으면 2,464리터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승차공간까지 포함한 파일럿의 전체 공간은 4,833리터나 된다.
북미시장에서 매년 10만 대 이상 팔리는 인기 모델인 파일럿의 국내 판매가는 4,89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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