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힘을 찾아가는 듯 했던 SK 불펜이 올 시즌 첫 스윕의 길목에서 또 말썽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팀의 수호신 박희수마저 무너졌다는 점에 정신적 타격이 더 컸다.
SK는 9일 문학구장에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4-4로 맞선 연장 11회 한상훈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한 끝에 4-8로 졌다. 올 시즌 첫 3연전 싹쓸이를 목전에 둔 SK였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몇몇 문제가 있었지만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불펜의 불안이었다.
선발 세든은 잘 던졌다. 7회까지 4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팀 타선의 득점 지원도 아주 적지는 않았다. 8회가 시작될 때의 점수는 4-0이었다. SK 불펜으로서는 2이닝에게 4점차 리드만 지키면 됐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았다. 진해수 전유수 박희수 이재영 등 불펜 투수들이 모두 제 몫을 하지 못하며 결국 씁쓸한 역전패를 당했다.

시작은 진해수였다. 세든으로부터 8회 마운드를 이어받은 진해수는 첫 타자 고동진에게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하더니 대타 정범모에게 좌월 2점 홈런을 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뒤이어 마운드에 오른 전유수는 2사 후 김태완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박희수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박희수는 8회 위기를 잘 정리했으나 9회 2실점하며 올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전날 2⅓이닝 동안 28개의 공을 던진 여파가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평소보다 제구가 잡히지 않으며 9회 안타 3개와 희생플라이 하나로 동점을 허용했다. SK로서는 충격이 큰 블론세이브였다.
박희수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11회 2사를 잘 잡고도 고동진에게 안타, 정범모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끝내 한상훈에게 적시타를 맞고 이날의 결승점을 내줬다. 이재영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한진은 오선진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만루 상황을 만들었고 문승원은 김태완 김태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추가 3실점, 경기를 완전히 넘겨줬다.
불펜 투수들의 난조도 문제였지만 한 박자 느린 듯한 투수 교체 타이밍도 다소 아쉬웠다. 이재영이 2사 후 두 명에게 출루를 허용했지만 SK 벤치는 이재영을 믿었다. 결국 이는 패착이 됐다.
채병룡은 선발 투수가 조기 강판할 때 투입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몸을 일찍 풀어 경기에 투입시킬 수 없었을 가능성을 고려해도 원활한 교체가 되지 않았다는 기분을 지우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이재영보다 더 나은 투수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은 SK의 현실을 냉정하게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했다. 3연전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SK지만 마냥 위닝시리즈를 만끽하기는 어려운 휴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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