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황의 반전은 작은 요소 하나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짜릿한 역전극을 펼친 한화의 실마리는 최진행(28, 한화)의 투지였다.
한화는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회까지 0-4로 뒤져 있던 경기를 뒤집으며 짜릿한 8-4 역전승을 거뒀다. 4-4로 맞선 연장 11회 한상훈의 적시타를 시작으로 4점을 뽑은 끝에 전날 끝내기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SK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줄 위기에 처했던 한화는 마지막 경기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두고 자존심과 팀 분위기를 모두 세웠다.
한화는 7회까지 SK 선발 세든의 역투에 막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4안타의 빈공이었다. 그러나 8회부터 힘을 내기 시작했다. 8회 정범모가 SK 두 번째 투수 진해수로부터 좌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세를 탄 한화는 9회 상대 철벽 마무리 박희수를 상대로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시발점은 최진행이었다. 9회 선두 타자로 들어선 최진행은 박희수의 변화구를 받아쳐 깨끗한 좌전 안타를 쳐냈다. 단순히 안타 하나였지만 의미는 컸다. 만약 최진행이 출루하지 못했다면 한화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경기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최진행의 안타는 전날 28개의 공을 던진 박희수의 리듬을 미묘하게 꼬아놓는 기폭제가 됐다.
이후 최진행은 정현석의 안타 때 3루까지 내달렸다. 사실 시즌 전부터 오른쪽 무릎이 좋지 않은 최진행이다. 코칭스태프에서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수술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정상이 아니다. 관리를 하면서 경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타격과 주루에서 분명한 장애 요인이다. 그런 최진행이 3루까지 열심히 뛰었고 이후 이학준의 내야안타 때는 홈까지 밟으며 최선을 다했다. 절뚝이며 홈을 밟는 최진행의 투지는 이날 동점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졌던 최진행은 5월을 기점으로 살아나고 있다. 5월 타율은 3할5푼1리에 달했다. 홈런도 3개를 터뜨렸다. 6월에도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전날(8일)에는 비록 지긴 했지만 3개의 안타를 치며 분전했다. 5번 타순에 위치하는 최진행의 분전은 4번 김태균의 견제를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한화에는 매우 중요하다. 최진행의 집중력과 투지가 하위권에 처진 팀에 자극제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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