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류현진(26)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데에는 실력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운과 인복이라는 요소도 결코 빼놓을 수 없어 보인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부터 대단히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12경기에서 79⅓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2.72 탈삼진 73개. 피안타율은 2할2푼3리에 불과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11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로 잘 할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류현진에게도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빅리그 데뷔 첫 완봉승을 거둔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이 하나의 터닝 포인트였다. 이날 류현진은 4회 마크 트럼보의 타구에 왼 발을 직격으로 맞았다. 그 후유증으로 지난 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 선발등판을 걸렀다.

하지만 복귀전이었던 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변함없는 위력투로 건재를 과시했다. 오히려 빅리그 데뷔 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를 정도로 힘이 넘쳤다. 한 템포 쉬어간 것이 결과적으로 류현진에게 플러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취재차 미국을 찾아 류현진을 만난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현진이에게 여러모로 운이 따르는 것 같다. 최근 일정이 4일 휴식 후 들어가는 일정이라 쉽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체력을 아꼈다. 한 번 쉬어가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저스는 20연전 중이었고 류현진은 부상으로 쉬지 않았다면 3경기 연속 4일 휴식 후 5일째 마운드에 오르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한 번 쉬어가며 체력을 보충했다. 손혁 위원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은 (서)재응이에게 물어봤는데 아무리 많이 경험을 해도 4일 휴식 등판은 쉽게 적응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만큼 4일 휴식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인복. 바로 릭 허니컷 투수코치의 배려다. 손혁 위원은 "현진이에게 들어보니 허니컷 코치가 많이 배려를 한 것 같더라. 발을 다친 상태에서 무리하게 던지면 오히려 팔이나 어깨에 무리가 올 수 있다. 허니컷 코치가 투수 출신답게 이를 잘 알고 현진이 의견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코치를 잘 만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손혁 위원은 "예전에 (김)병현이가 부러진 배트에 발을 다쳤는데도 무리하게 던지다 고생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라며,"현진이도 자기 의사 표현을 확실히 잘 했지만 여러모로 운도 따르는 것 같다. 잘 풀리고 있다"는 말로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운까지 따르는 류현진에게는 그야말로 거칠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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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