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주키치와 작별을 고해야하나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10 07: 16

시간을 딱 1년 전으로 돌리면 LG 벤자민 주키치는 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하고 있었다. 2012년 6월 10일 당시 주키치는 12경기 80⅔이닝을 소화하며 8승 무패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 다승·이닝소화·평균자책점·퀄리티스타트 부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주키치의 MVP급 지배력으로 인해 LG는 약한 선발진에도 5할 승률을 사수할 수 있었고 불펜 과부하도 최소화했다. 당시의 주키치는 그야말로 에이스가 무엇인지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그런데 이후 1년 동안 주키치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012년 6월 10일부터 2013년 6월 9일까지 주키치는 31경기 162⅔이닝을 소화하며 7승 13패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 에이스란 세 글자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제구와 구위가 동반 하락하며 볼넷이 많아졌고 피안타율이 급격히 올라갔다. 이닝 소화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었던 모습은 실종, LG는 오히려 주키치가 등판한 경기부터 상승세가 꺾여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주키치의 부진은 심각했다. 주키치는 2012시즌 전반기에 19경기 117⅔이닝 9승 4패 평균자책점 2.75를, 후반기에는 11경기 59⅔이닝 2승 4패 평균자책점 4.83을 찍었다. 2012시즌 후반기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는 주키치에게 변치 않는 신뢰를 보냈지만, 주키치는 아쉬움만을 남겼다. LG는 2012시즌 후반기 에이스의 붕괴로 인해 별다른 반전 없이 일찍이 시즌을 마감했다.

사실 LG 내부적으로 주키치의 장단점은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 특히 수비 쪽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주키치는 부도수표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난겨울 LG가 주키치와 재계약을 추진한 것은 2011시즌부터 2012시즌 전반기까지 주키치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주키치 스스로 한국 리그와 LG팀에 대한 존경심이 강한 만큼,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보완할 확률도 높다는 내부평가였다.
외국인 투수의 성패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길지 않다. 약 5번의 선발 등판 동안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면 구단은 대체자를 찾기 시작한다. 이전에 보여준 활약상이 없었다면 주키치는 이미 몇 번은 퇴출됐을 것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외국인 선발투수의 부진은 팀 전체의 고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악순환은 조기에 끊어야 한다. 
LG는 최근 10경기서 8승 2패로 선전한고 있는데 이중 두 번의 패배 모두 주키치가 조기강판 당한 경기였다. 올 시즌 주키치의 선발 등판이 연승으로 이어진 경가 경우는 단 한 차례 밖에 없다. 조기강판만 5번에 평균자책점은 5.40에 육박한다. 지난 10년 중 가장 강한 마운드를 구축했으나 팀의 두 번째 선발투수가 옥에 티가 되고 있다.
프로 세계의 비즈니스는 냉정하다. 주키치가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올린 외국인 투수지만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모습만 추억할 수는 없다. LG 투수진이 외국인 자리 하나를 비워두고 시즌을 보낼 정도로 여유가 있지도 않다. 이미 LG 구단은 미국 애리조나로 스카우트를 파견한 상태. LG와 주키치가 서로 작별을 고해야할 시간이 다가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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