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이상한 체제인 축구 대표팀 사령탑의 시한부 생명이 이제 두 경기로 끝이 난다. 최대 4경기까지 이런 체제의 수명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으나 현 상황에서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
최강희(54)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오는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18일 오후 9시 울산 문수경기장서 이란과 마지막 8차전을 갖고 8회 연속 월드컵 진출 확정을 노린다.
축구팬들의 정서상 한국이 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 최강희호는 국민적 기대와 함께 그 이상의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이번 두 경기에 임하게 됐다.

더욱이 최 감독은 취임과 동시에 자신의 임기를 스스로 2013년 6월 최종예선까지로 못박았다. 이는 취임 기자회견서 공표한 주지의 사실이라 최강희 감독으로서는 반드시 이번 두 경기서 본선 티켓을 따내야 한다.
본선행에 성공해도 다른 사람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자신은 원 소속팀인 전북 현대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든 어차피 그만두는 수순이지만 본선행에 실패하면 퇴임하는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물론 최 감독의 선임은 대한축구협회 전임 집행부서 이뤄진 일이라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현 집행부는 월드컵 예선을 통과할 경우 다른 입장을 취할 수 있으나 대표팀 사령탑 취임 과정에서 당사자가 요구했던 조건을 후임 집행부가 수용해 주는 게 도리다. 축구계 여론 또한 그렇게 흐르고 있다.
최 감독은 애초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맡을 생각이 없었으나 상황이 자리를 만들었다. 2011년 11월 11일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원정경기서 한국이 레바논에 1-2로 패한 뒤 조광래 당시 감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축구협회는 경질을 결정하고 후임자를 물색했다.
당시 최 감독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11시즌 프로리그서 '닥공'을 앞세워 정상에 오른 '우승팀 사령탑'이라 당연했다. 하지만 최 감독은 평소에도 자신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던 터라 수락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
하지만 결국 대표팀을 맡기로 한 것은 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인연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어느 날 최 감독은 모교인 우신고등학교 동기동창회 모임에 '초청'을 받아 참석해 있었다. 동창회에 거의 나가지 않던 최 감독이지만 시즌 우승을 차지한 터라 동기회장의 참가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 감독은 그 자리에 오래 있지 못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 호출을 받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야 했다. 조중연 회장이 불렀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지정한 장소에 나가 조 회장을 만난 최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직 제의를 듣고 거듭 고사했지만 끝내 거절할 수 없었다.
1984년 현대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했을 때 코치였고 1987년에는 감독을 맡아 자신을 늦깎이 대표선수로 키워준 조 회장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임기를 최종예선까지로 국한시키는 데서 합의점을 찾아 한국 대표팀 사상 최초로 '스스로 퇴임 시기를 정한 이상한 체제'의 감독이 됐다.

어쨌든 어렵사리 대표팀 사령탑을 선임해 치르게 된 이번 월드컵 예선서는 '경우의 수'를 따지는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또 그렇게 됐다. 그래도 한국은 현재 A조 1위로서 본선 직행 확률이 가장 높다. 우즈베키스탄과 나란히 3승 2무 1패(승점 11)이나 골득실서 +6 대 +2로 앞서 있다.
한국은 남은 두 경기서 2승이나 1승 1무를 거두면 말 할 것도 없고 우즈베키스탄에 져도 이란(3승 1무 2패, 승점 10, 골득실 +1)의 7차전(12일 오전 0시반 레바논전) 결과에 관계없이 맞대결서 이기면 최소한 조 2위를 확보,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물론 7차전으로 한국의 본선행이 확정될 수도 있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이긴 뒤 4시간 반 늦게 시작하는 경기서 이란이 레바논(1승 2무 4패, 승점 7, 골득실 -5)에 패한다면 한국은 역시 최소한 조 2위로 본선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 비교상 이란이 홈에서 레바논에 질 가능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이 12일 새벽 2시반께 샴페인을 터뜨리는 일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한편 한국이 남은 두 경기서 모두 져도 탈락은 아니다. 이미 최소한 조 3위는 확보한 상태라 B조 3위와 오는 9월 6일과 10일 홈 앤드 어웨이로 치를 아시아 플레이오프와 11월 15일과 19일 남미 예선 5위와 역시 홈 앤드 어웨이로 본선 티켓을 놓고 맞붙는 최종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래선 안 된다. 오만 호주 요르단 이라크 중 한 팀과 만날 아시아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더라도 남미 예선서는 칠레 베네수엘라 우루과이 등이 5위가 될 가능성이 높아 그럴 경우 한국의 본선 진출은 매우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감독이 이란전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서 한국이 5개월 후에나 끝날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될 경우 후임 대표팀 사령탑 선임 문제가 또 대두될 수밖에 없으나 현재 뚜렷한 대비책이 없어 보여 최강희호는 반드시 최종예선서 본선 티켓을 따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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