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과 자존심’ 40대 박경완이 사는 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10 10: 40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야구장에서 이 명제를 증명하는 베테랑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 선봉장 중 하나가 박경완(41, SK)이다. 여전히 건재한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 중이다. 체력은 옛날만 못하지만 이 40대 베테랑은 그 현실을 원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1군 복귀 후 점차 출전 횟수가 많아지고 있는 박경완은 8일 문학 한화전이 끝난 뒤 진이 다 빠졌다. 이날 경기는 12회 연장 끝에 SK가 조동화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선발 포수로 출전한 박경완도 12차례의 이닝에서 모두 SK의 안방을 지켰다. 당연히 체력 소모가 컸다. 박경완이 한 경기서 12이닝을 소화한 것은 2010년 9월 9일 대전 한화전이 마지막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는 세월 때문일까. 박경완은 9일 문학 한화전을 앞두고 취재진에 “좋은 경험을 했다. 힘들긴 힘들더라”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박경완은 “경기 후 마사지를 받다가 잠들었다. 도저히 못 일어나겠더라. 자정쯤 들어갔는데 일어나 보니 오전 8시 30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한국 나이로 42살의 포수에게 12이닝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박경완도 초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밝았다. 박경완은 “그래도 경기를 뛸 수 있다는 데 감사하다”고 했다. 박경완은 “잘하든 못하든,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1군 그라운드에 딱 서니까 기분이 너무 좋더라. 운동할 수 있고, 경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프로에서만 2000경기를 넘게 뛴 박경완의 이야기치고는 소박했다.
마치 신인의 인터뷰 같았지만 그 속에는 뼈가 있었다. 박경완은 지난 2년간 2군과 재활군을 전전했다. 1군 무대에 대한 그리움이 누구보다 컸다. 박경완은 “2군에 있으면 경기장을 쳐다보기도 싫다”라고 했다. 그토록 바라던 1군 무대에 올라왔으니 초심을 다시 한 번 새길 만하다.
이런 감사함을 간직한 박경완은 이제 자신과 팀의 자존심을 향해 뛴다. SK 왕조를 이끈 주역 중 하나인 박경완은 7위에 처져 있는 팀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후배들을 다독여가며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겠다는 각오다.
박경완은 “우리는 특출난 선수가 없다. 지금껏 조직력으로 뭉쳐왔다. 안 된다고 핑계를 대지 말고 하나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대로 무너지면 자존심이 상한다. 자존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라고 후배들에게 주문했다. 지난 2년간 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올라온 경험이 있는 박경완이다. 자존심을 지키는 것. 하위권에 맴돌고 있는 SK에는 살아있는 조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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