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개월 사이에 잇달아 터졌던 현대자동차 그랜저 HG 2.4모델의 ‘피스톤 돌파’ 사고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기획재정부 산하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소비자원에서 유사 사례를 모아 정밀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 ‘그랜저 HG 피스톤 돌파 사고’, 한국소비자원에서 본격 조사(2013년 6월 7일 보도)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의 움직임이 있기 전까지 책임 당사자인 현대자동차의 대응 방식에는 반드시 되짚어 봐야할 요소들이 많았다. 소극적이고 구태의연한 태도로 일관해 되레 소비자들의 거친 저항만 샀다.
현대자동차는 올초 정몽구 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을 2013년 경영 방침으로 천명한 바 있다. 국민 행복과 국가 발전을 위한 ‘모범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브랜드 혁신’과 ‘모범적인 기업’은 그러나 ‘소비자의 행복’을 빼놓고는 이룰 수가 없는 가치다.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경영 목표를 내세우면서 ‘소비자 행복’이 빠져 있다면 ‘내실 강화’를 부르짖는 리더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 되는 결함의 정황들이 잇달아 발견 되는 데도 현장에서 ‘우선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어떤 소비자가 ‘모범적인 기업’으로 봐 줄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현장의 태도는 예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그랜저 HG 2.4 피스톤 돌파 사고’에서 피해자들을 크게 분노하게 한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차량을 어떻게 만들었기에 운전 중에 피스톤이 터져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하자 제품을 만들어 놓고 사고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느냐”였다.
중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던 A씨는 “고속도로 주행 중에 어떻게 엔진 피스톤이 튕겨져 나갈 수 있느냐? 큰 사고로 이어졌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항의에 고객서비스 센터 직원이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그런 가정은 하지 말라”고 한 말을 듣고 치를 떨었다고 했다.
대전통영고속도로에서 똑 같은 사고를 당한 B씨는 “화재 감식을 온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터져나간 엔진 쪽은 보지도 않고 배선 쪽을 집중해서 조사하며 운전자 과실만 열심히 찾는 모습이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더한 꼼수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착수 사실이 현대차 측에 전해진 후에 나왔다. 피해 접수를 한 사고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 접수를 철회할 수 없겠냐?”며 오히려 회유책을 폈다. 이미 피해조사와 피해보상 논의 과정에서 속된 말로 ‘학을 뗐던’ 사고 당사자들이 현대차의 시대착오적인 회유책에 넘어갈 리가 만무하다.
일단 조사가 시작 되면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책임을 피해가기 일쑤고 조사과정에서는 운전자 과실을 먼저 찾으려는 태도 앞에 소비자는 실망과 저항감만 더 커져갈 뿐이다. 정도는 멀고 꼼수는 가까운 구태가 반복 된다면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라는 이상은 현실로부터 한발두발 멀어져만 간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