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 대표팀 분위기, 고참들이 잡는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3.06.10 15: 05

흔들린 분위기를 잡기 위해 고참들이 나섰다.
조 1위다. 하지만 위기감과 불안감만 존재한다. 최근 흔들리는 모습이 역력했던 만큼 어쩔 수 없다. 또한 불화설도 퍼졌다. 조직력이 중요한 단체 종목에서 불화설 만큼 치명적인 것은 없다. 경기력에 초점을 맞춘 훈련도 중요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를 잡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게 됐다.
불화설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분위기가 흔들린 것만은 사실이다. 레바논 원정에서의 무승부도 한 몫하고 있다. 당연히 승리를 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대표팀은 졸전을 보였다. 종료 직전 간신히 동점골을 넣어 1-1로 경기를 마쳤지만, 사실상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입국하는 선수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누군가는 분위기를 잡고 침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나서야 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 결국 고참들이 나섰다. 2002 월드컵부터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빛나는 최고참 김남일(36)부터 이동국(34), 곽태휘(32)가 소매를 걷어 올린 것.
지난 9일 파주 NFC서 1시간 40여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선수단은 코칭 스태프의 전달사항을 듣고도 한참 동안 숙소로 올라오지 않았다. 고참 및 주장의 주도하에 열리는 간단한 미팅이 평소보다 길어진 것이다. 이 미팅은 김남일-이동국- 주장 곽태휘 순으로 진행됐다.
김남일이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자신이 했다고 밝힌 이동국은 "태휘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남일이형과 나는 뒤로 물러서 있었다. 태휘가 뭐라고 한 줄은 잘 모른다. 단지 나는 '분위기는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닌 밖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흔들리지 말자'라고 만 말했다"고 내용을 전했다. 김남일과 곽태휘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경기서도 고참들의 자세는 고참답지 않았다. 이동국과 김남일은 폭넓은 움직임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주장 곽태휘는 지적을 많이 받고 있는 수비진이 집중을 잃는다 싶으면 큰 목소리로 지적했다. 끊임없이 소리를 지른 탓에 곽태휘의 목소리는 확실히 쉬어 쇳소리가 섞일 정도였다.
고참들이 나서서 분위기 반전을 위해 노력하자 후배들도 따라 올 수밖에 없었다. 선수들은 자체경기서 공을 주고 받으며 쉴 틈 없이 동료의 이름을 불러 주위를 환기시키며 단 1초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훈련을 마치고 난 뒤에도 김신욱과 손흥민, 박주호 등 몇몇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남아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하기도 했다.
sportsh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