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리그 최강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문제는 얼마나 오래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느냐다. 평균연령 30대 중반의 LG 불펜 필승조가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오르고 있다.
LG는 올 시즌 막강 불펜진을 구축했다. 마무리투수 봉중근과 셋업맨 정현욱 이동현, 베테랑 좌투수 류택현 이상열이 적시적소에 배치되어 상대의 추격을 저지하고 승리를 지켜내는 중이다. 불펜 평균자책점 2.94, 블론세이브 2회로 이 부문 리그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시즌 21홀드로 활약했던 셋업맨 유원상이 부상으로 한 달이 넘게 결장하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하지만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차 코치는 지난 7일 팀 평균자책점 리그 1위에 올랐음에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100경기 이상을 치렀을 때 1위라면 의미 있지만 지금 시기에는 큰 의미가 없다”며 “‘LG 투수진이 좋다’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투수들을 담당하는 코치 입장에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차 코치는 매주 불펜 운용과 관련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특히 지난주 불펜진 소모가 극심했다. 첫 경기부터 선발투수 주키치가 3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고 4경기 연속으로 3점차 이내 승부를 벌였다. 이동현과 류택현, 이상열이 3일 연투에 임했고 정현욱은 봉중근의 이틀 연투로 7일 잠실 롯데전에서 1⅓이닝 마무리투수 역할을 했다. 여유 있게 불펜을 돌린 것은 8일 잠실 롯데전 단 한 차례. 당시 LG는 선발투수 리즈가 7이닝 무실점하고 타선이 6점을 뽑아 일찍이 승기를 잡은 바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 시즌 좀처럼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주키치가 또다시 2군에 내려가면서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었다. 신재웅이나 임찬규가 주키치의 공백을 메울 예정이지만, 그래도 체력과의 싸움을 피하기 힘들다. 신재웅과 임찬규는 물론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도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는 만큼, 긴 이닝을 보장할 수 없다. 지난 시즌 후반기 선발진에서 활약했던 신재웅은 당시 경기당 4⅔이닝, 임찬규는 올해 선발 등판시 경기당 4이닝을 소화했다. 현재 LG 선발투수 중 경기당 6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이는 리즈 한 명 뿐이다. 접전이 많아질수록, 불펜진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당초 LG는 유원상의 복귀시점을 6월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유원상이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연속 실점하면서 콜업이 늦춰지는 중이다. 지난해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좌투수 최성훈 또한 합류시점을 올스타브레이크 이후로 잡고 있다. 즉, 불펜진이 100% 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무적인 것은 선발투수들 모두 불펜진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는 점이다. 최근 선발 등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4승을 올린 리즈는 “이번 주에 불펜투수들이 많이 던진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최대한 마운드에서 오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이닝 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우규민도 지난 5월 30일 잠실 한화전에서 6이닝 동안 커리어 최다 투구수 114개를 기록한 것에 대해 “어떻게든 길게 던져서 불펜을 아껴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불펜에 있는 형들이 고생을 많이 하신다.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류제국 또한 네 번째 선발 등판 만에 7이닝을 던지며 페이스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현재 LG는 5월 17일부터 6월 23일까지 3일 휴식 없이 11번의 3연전에 임하고 있는 중이다. 당초 이 시기가 올 시즌 LG의 최대 고비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LG는 지금까지 14승 7패를 거두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불펜진이 남은 4번의 3연전도 버텨준다면, LG의 상승세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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