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손예진, 이 매력적인 의리녀를 어찌할꼬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6.11 07: 43

[유진모의 테마토크] 전세계에서 우리나라만큼 연예인과 소속사간의 전속관계에 관한 다툼이 잦은 나라가 있을까? 가깝게 보더라도 얼마전 종영된 SBS '돈의 화신'의 주인공 강지환을 비롯해 잊을 만하면 전속사와 연예인 사이에 계약기간을 놓고 분쟁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게 우리나라다.
이런 분쟁이나 법정다툼은 그동안 우리보다 연예산업이 앞섰던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다. 미국은 워낙 계약관계가 복잡하고 디테일한데다 스타가 되고 나면 그 스스로 회사를 차리는 형식이기 때문에 분쟁이 생길 소지가 없다. 일본의 경우 철저한 월급제이므로 연예인이 소속사의 평생직원 개념으로 안정된 생활과 노후가 보장되므로 역시 쉽게 소속사를 뛰쳐나가 다투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미국과 일본의 중간 노선 쯤을 걷는 가운데 연예사업의 체계가 완전하게 산업적으로 굳혀지지 못하고 인간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특유의 정서가 남아있다 보니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싸움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데뷔 후부터 10여년이 넘도록 한 기획사에 줄곧 몸을 담고 활동하는 연예인을 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HOT는 강타만 SM에 남아있을 뿐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SES 젝스키스 핑클 등의 원조 아이돌들도 모두 다른 기획사에서 각개전투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배우도 마찬가지다. 한때 국내 톱스타를 거의 보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공룡의 몸집을 자랑했던 싸이더스HQ에는 초창기 스타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최근에는 송중기마저 떠나 스스로 기획사를 차렸다.
그런 한국 연예계의 냉정한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문 천연기념물이 있다. 바로 손예진(31)이다. 18살에 영화 '비밀'로 데뷔해 이듬해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서 단숨에 주연을 꿰찬 뒤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손예진은 데뷔 때부터 자신과 동고동락해온 매니저와 지금까지 함께 일을 해오고 있다. 비로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김민숙 대표와 이혁진 이사다.
이쯤되면 이들간의 의리와 믿음은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업용 강력접착 본드' 수준이다. 물론 김 대표와 이 이사가 그동안 손예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갖고 매니지먼트를 잘 해온 이유이기도 하지만 손예진이 주변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의리와 인간미를 지켜왔기에 이렇게 끈끈한 인간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인지 손예진은 어떤 작품 속에서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예뻐보인다.
3년 전 그녀는 MBC '개인의 취향'에서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를 맡았다. 맑게 개인 날 태어났다고 해서 박개인이란 이름을 갖게 된 그녀는 겉으로 보면 다소 어리바리할 만큼 미련하고 답답해 한 번 믿은 사람은 끝까지 그 믿음을 잃지 않고 신뢰를 보내는가 하면 내숭이라고는 절대 모르는 여자다.
이 단순무식한 박개인은 냉철한 계획 아래 행동하는 게 아니라 충동적으로 움직이느라 툭 하면 사고를 치는가 하면 타고난 귀차니즘의 여자라 심각할 정도로 게으름을 피우면서 그저 무사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자 하는 단세포형 인간이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한테 애인을 빼앗긴 뒤 누구한테도 털어놓지 못하는 뼛속 깊은 외로움을 혼자 삭이며 살아가는 고독한 여자다. 그런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게이 흉내를 내야 하는 전진호(이민호)와의 대책 없는 동거생활을 들어가면서 숱한 남자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손예진은 의리의 아이콘답게 이 드라마에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의리를 보여주며 빛나는 연기를 펼친 바 있다.
그리고 3년만에 돌아온 KBS2 월화드라마 '상어'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변함 없이 자체발광의 미모와 범접할 수 없는 매력을 내뿜는다.
손예진이 맡은 가야호텔그룹의 외동딸 조해우는 열정적이면서도 도도한 내면을 지닌 주체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그녀의 부모는 건조한 부부생활을 하는 가운데 아버지는 아나운서와 스캔들을 일으켜 집안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어머니를 가출하게 만든다. 그런 혼란 속에서 그녀는 그나마 아버지와는 스타일이 사뭇 다른 조부 조상국(이정길) 덕분에 그나마 마음을 잡는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덧 집안 운전기사의 아들 한이수(김남길)와 둘도 없는 벗이 돼 이 무미건조하고 짜증 나는 일상에서 돌파구를 찾게 된다.
일련의 사건으로 한이수와 헤어진 뒤 어느덧 서울지검 검사로 성장한 조해우는 가야호텔 본부장이 된 학교 선배 오준영(하석진)과 결혼한다. 하지만 가족의 상처를 간직한 채 일본으로 건너가 요시무라 준(김남길)이 돼 나타난 한이수와 재회하고 앞으로 폭풍같은 운명 앞에 맞닥뜨리게 된다.
조해우는 결혼식 날 생긴 살인사건을 신혼여행도 뒤로 미룬 채 맡게 된다. 12년 전 한이수의 아버지 한영만(정인기)이 연루된 뺑소니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직감적으로 연관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검사가 된 이유는 오로지 한이수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전의 뺑소니 사건에 대해 의문점을 갖고 있는 원로 형사 변방진(박원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불태운다.
하지만 검사 조해우, 아니 손예진은 검사라는 직업을 망각하게 만들 만큼 눈부신 매력을 뿜어낸다. 변방진 앞에서 낮술을 마시며 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는데 여기서 서릿발 같은 검사의 냉철함이 아닌, 20대 한창 나이의 여성의 애교가 넘실댄다.
별장에서 그녀의 화사한 매력은 정점을 찍는다. 일부 극성팬들이 '여신' 운운하는 게 무리가 아니라는 느낌을 줄 정도다. 별장 침대에서 늦잠을 잔 뒤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은 모든 남성들이 꿈꾸는 신혼의 아내의 꿈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남편 오준영이 차려준 아침밥을 맛있게 떠먹는 모습에서 영원히 사랑해주고픈 연인 혹은 아내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쯤 되는 여자라면 결혼하고 싶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30대 여배우 전성시대다. 그런데 손예진의 매력은 확실하게 차별화된다. 하지원이 옆집 누이같은 편안하면서도 왠지 어깨에 기대고 싶은 다소 강한 이미지를 풍긴다면 '신사의 품격'의 김하늘은 어쩐지 조금은 얄미운 느낌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가 부성애를 자극하고 한 없이 도와주고 싶은 가녀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느끼게 했다면 손예진은 그냥 이유 없이 모든 것을 다 베풀고 싶고 수초마다 입을 맞춰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절정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섹시하다'와 '청순하다'는 표현을 자주 쓰지만 이 두 가지 표현이 동시에 들어맞는 배우는 손예진 외에 찾기 힘들 정도다.
'상어'는 월화 드라마 중 꼴찌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지난 4일 방송된 4회는 6.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지난 3회에 비해 소폭 상승한 7.3%의 시청률을 올리며 가능성을 보였지만 MBC '구가의 서'의 18.8%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11.3%에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상어'의 완성도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그 완성도의 완성을 위해 얽히고설킨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가 안방극장 연속극 치고는 다소 복잡하다는 게 오히려 핸디캡이다. 하지만 성인 주인공인 김남길과 손예진으로 주연배우가 바뀌고 세 주인공의 삼각관계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가운데 김남길의 복수극이 전개되는가 하면 손예진의 가족의 추악한 비밀 파헤치기가 겹쳐지는 가운데 멜로가 구체화되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손예진이라는 흥행의 보증수표, 매력의 화신이 버티고 있다. '구가의 서'가 수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75분이 행복하다면 '상어'는 남자들은 손예진의 매력에 빠져들며 사랑의 환상을 키울 수 있고, 여자들은 그녀의 스타일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75분을 투자할 값어치는 충분하다.
더불어 이해타산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되는 연예계에서 보기 드문 이 천연기념물 수준의 의리녀를 재조명해보며 캐릭터에 빠져드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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