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이제 '후크송' 가고 '콘셉트' 전쟁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06.11 09: 31

'후크송? 아니, 이젠 콘셉트송!'
중독성 강한 후크와 포인트 동작에 심혈을 기울이던 가요계가 이제 한눈에 팍 들어오는 콘셉트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후크송은 나올만큼 나왔다는 판단 하에, 가사와 퍼포먼스의 '급'을 달리하는 독특한 소재와 통일성 있는 콘셉트를 계발하고 있는 것. 늑대소년의 사랑부터,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공연까지 기존 가요계에선 쉽게 보기 힘들었던 콘셉트를 마련해 음악-가사-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쇼'를 마련하고 있다.

보이그룹이 좀 더 빨랐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영화 '웜바디스'와 '늑대소년'을 연상케 하는 두 곡을 연이어 발표하며 기존 평범한 사랑, 이별 노래와 궤를 달리했다.
샤이니는 지난 4월 '와이 쏘 시리어스(Why So Serious)'에서 좀비로 등장했다. '앞으로 뻗은 두 팔, 난 살아있는 워킹데드, 그 숨은 차가웠지'로 시작한 노래는 '웜바디스'를 의식한듯 '이런 좀비 영화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며 능글맞게 말하기도 한다. 두 팔을 앞으로 뻗은 안무도 사랑스러운 좀비를 떠올리게 했다.
엑소는 콘셉트를 보다 더 강화했다. 음산한 늑대 울음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신곡 '늑대와 미녀'는 '널 한 입에 치즈처럼 집어넣을 테다. 향길 맡고 색깔 음미하고 와인보다 우아하게 잡아먹을 테다'라는 파격적인 노랫말로 시작한다, 퍼포먼스도 12명이 멤버들이 모여 숲속의 나무, 늑대 동굴 등을 형상화하고, 늑대가 튀어나오는 동작 등을 선보여 하나의 일관성 있는 '쇼'를 완성한다.
신예그룹 중 상승세가 눈에 띄는 빅스도 콘셉트를 잘 활용한 예다. 지난 1월 '다칠 준비가 돼있어'에서 뱀파이어를 내세운 이들은 최근 신곡 '하이드'에선 악마로 변신했다. '어제의 난 내가 아냐(이 속엔 미친 사람이 있어)'라는 독특한 가사에 공포영화 뺨치는 '19금' 뮤직비디오를 준비했다.
이같은 독특한 소재는 보이그룹의 신비로운 매력을 살리는데 한몫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0대팬들의 우상으로 떠오른 존재인만큼 평범한 사람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존재로 인식케 하는 것이다. SM의 한 관계자는 "신비로운 판타지의 이미지를 이어가면서, 좀 더 강렬하고 완성도 있는 새로운 레벨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걸그룹의 콘셉트도 보다 명확해졌다. 원더걸스가 내세운 '복고' 콘셉트 외에는 대부분 귀여움, 아니면 섹시코드로만 양분되던 걸그룹 무대가 보다 더 명확한 짜임새와 확연히 다른 소재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
오는 13일 신곡 '첫사랑'으로 컴백하는 애프터스쿨은 폴 댄스를 내세웠다. 일명 '봉춤'으로 불리는 이 춤은 지난해 가인이 '피어나' 무대에서 포인트로 선보인 바 있지만, 노래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전체를 구성하는 퍼포먼스로 활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래의 안무 전체에 하나의 콘셉트로서 폴 댄스가 이용되는 것. 아련한 느낌의 노래와 안무, 폴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7개월간 연습을 거듭해온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수준급의 폴 댄스 실력을 발휘할 예정. 애프터스쿨 역시 이전 곡에서 탭댄스 등을 선보인 바있지만 이같이 한 곡을 관통하는 수준의 완결된 퍼포먼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신곡 '기브 잇 투미(Give it to me)'로 컴백하는 씨스타는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를 내세워 홍보 중이다. 화려한 음악에 자극적인 볼거리, 대규모 물량 투입으로 흥행에 성공한 '물랑루즈'와 같이 화려한 쇼를 준비했다는 것. 역대 가장 화려하다고 자부하는 이번 무대의 티저영상에서는 씨스타가 20명의 댄서들과 대규모 군무를 펼치는 장면과 의자 등을 이용해 관능적인 안무를 소화하는 모습 등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같이 명확한 콘셉트는 당연히 한눈에 기억에 남을 가능성을 높인다. 컴백팀이 쏟아지는 와중에 차별화에 성공하게 해주는 무기로서, '후크'보다 더 중요한 기획 아이템으로 자리잡은 상태. 컴백을 준비하는 가요기획사들은 뻔한 사랑, 이별 노래와 쉬운 포인트 안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와 텍스트를 검토하고 있다. 후크 멜로디와 달리 콘셉트는 가수 간에 겹칠 가능성도 있어 정보 수집도 중요하다.
한 가요관계자는 "컴백 준비를 거의 다 마쳤는데 최근 다른 그룹의 신곡과 콘셉트가 일정부분 겹쳐 다시 수정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노래별 멜로디가 확연히 달라야 했다면 이제는 그룹별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차별화해야되는 추세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게 한층 더 중요해졌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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