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높은 원작 충성도, 비판 시선 불구 흥행의 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가 예상보다 큰 폭풍 흥행으로 극장가를 휘어잡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가 가진 원작에 대한 충성도가 흥행의 일등공신이란 반응이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에 따르면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지난 10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20만 4691명의 관객을 동원, 누적관객수 369만 6061명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일 개봉 이래 6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00만을 훌쩍 넘긴 관객수를 기록했다. 이 추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면 지난 해 말 극장가에 젊은 배우들의 파워를 보ㅕ준 '늑대소년'의 신드롬을 재현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솔솔 나오고 있는 중이다.

사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시사회를 통해 언론에 첫 공개됐을 때 반신 반의하는 시선이 컸다. 김수현, 박기웅, 이현우라는 세 젊은 배우들의 마스크와 시너지는 좋지만 밀도 높지 않은 감정선을 관객이 잘 따라갈 수 있겠느냐가 문제였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어려울 것이란 추측. 여기에 남북문제와 간첩이라는 다소 무게운 주제와 만화의 판타지적 결합은 취향을 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고, 전반부가 후반부 색깔이 너무 극명하게 나눠지는 세밀하지 못한 연출이란 비판도 받았다. 이로 인해 언론은 영화의 전망에 '미지수'란 이름을 띄웠다.
하지만 뚜껑을 연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돌풍'이라고 봐도 맞을 듯 하다. 쉽게 예측하지 못한 영화의 이 원동력은 어디서 왔을까?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이 가장 환호하는 부분 중 하나는 영화가 웹툰과 아주 밀착해 있고 거의 흡사하다는 것이다. 영화가 책이나 만화에서 실사화될 때, 원작과 차별화를 지녀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오히려 이 지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관객에게 더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면 보여줬다.
물론 '웹툰 복사 수준'이란 극도의 반응도 있지만, 지금까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팬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한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 이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색다른 풍경이다. 오히려 웹툰 팬들이 집결해 영화에 대한 지지를 보여준다. 배우들과 주인공들의 놀라운 싱크로율은 물론이고, 일부 장면은 원작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모습으로 놀라움을 안길 정도다.
또한 이는 연출력에 대해 평이 엇갈리는 것에 대한 하나의 해명을 제시할 수도 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을 통해 평단에서 각광받은 장철수 감독이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을 새삼 아는 관객들은 종종 놀라워한다. 장 감독의 전작과 이번 작품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감독이 전작에서 보인 개성과 색깔이 전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도 많지만, 이는 바꿔 생각해보면 결론적으로 감독이 이 유명한 웹툰 안에서 원작에 양보한 부분일 수도 있다. 어차피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가 원작에 기대고 있음을 상기할 때, 원작에 밀착된 실사화는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영화가 스타 파워에 의존하는 감도 크지만, 얼마나 잘 만든 영화가 되냐는 얼만큼 배우들의 매력을 잘 살려내냐도 좌우하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