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프로듀서, 작곡가, 편곡자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싱어송라이터 에코브릿지(이종명·35)가 자신의 목소리를 덧입힌 미니앨범 ‘스프링 고즈 바이(Spring Goes By)’로 2년 6개월여 만에 대중 곁에 돌아왔다.
그동안 에코브릿지는 MBC ‘일밤-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정엽을 위해 편곡 등으로 서포터를 자처했으며, 정엽 앨범 프로듀싱도 도맡았다. 또한 4부작 특집으로 tvN에서 방영된 ‘북공삘 하모니’에 출연해 북공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창단과 밴드를 만들어 국립극장 공연을 일궈내기도 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자신의 앨범에 대한 갈증은 꾸준했다.
“보람 있고 뜻 깊은 일들을 하며 나름 바쁘게 지냈다. 사이사이 이번 앨범을 위한 곡 작업을 했는데, 역시 내 꺼 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웃음) 아무래도 곡을 주거나, 콜라보를 할 때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맞춰야 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내 작업은 온전히 나 홀로 결정을 하는 만큼 힘도 들지만, 그 만큼 재미나 보람은 배가 된다.”

에코브릿지는 정엽의 히트곡 ‘낫싱 베터(Nothing better)’, ‘유아 마이 레이디(You are my lady)’, ‘러브 유(Love you)’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곡을 만드는 일과, 부르는 일을 겸하는 싱어송라이터로 곡에 대한 욕심도 있을 법했지만, 그 질문에는 고개를 내젓는다.
“노래에 대해 큰 욕심은 없지만, 가끔 곡이 너무 좋아서 내가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근데 그런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곡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불렀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다. 이번 앨범에 넣으려 했다가, 나보다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분이 떠올라 그 분께 드려 제외된 곡도 있다.”
그는 가수(싱어)와 작곡가(송라이터) 사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은 듯 보였다. 노래에서 차지하는 가수의 롤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기 때문.
“앞서 정엽이나 나얼이 불렀던 곡들은, 그들이 불렀기 때문에 잘 됐다고 생각한다. 3~4분짜리 음원을 따져봤을 때, 특히 가요의 경우엔 가수가 분명 ‘꽃’이라 생각한다. 누가 부르느냐가 의미가 크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딱히 유명해지기 위해서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내 곡을 직접 표현하고 싶어 노래한다.”

그런 그의 노래를 되새겨 보면 대부분 현재보다는 과거가 소재로 차용된다. 이번 앨범 ‘스프링 고즈 바이’에도 ‘어느날 문득’, ‘너는 봄처럼’에서도 기분 좋게 왔다가 금방 지나버리는 봄과 헤어진 연인에 대해 노래했다.
“그러고 보니 전부터 이별 노래가 유독 많았다. 현재의 순간 보다는 지나간 이야기들이 많다. 현재보다, 어제와 내일이 더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과 미래에 대한 동경이 바로 내 음악적 정서다. 직설적인 화법보다는 비유나 은유처럼 시적인 표현이 익숙하고 좋다.”
그렇다고 자신만의 음악에 갇혀 정체된 채, 변화를 두려워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지난해 자신이 속한 작곡팀 허니듀오(에코브릿지, 정엽)로서 신인 걸그룹 스카프에게 최초 댄스곡 ‘오! 댄스’를 줬던 게 이를 뒷받침한다.
“아날로그적 사운드를 추구하지만, 새로운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스카프는 그런 측면에서의 첫 도전이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어, 더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주변에서 일렉트로닉 작업을 하는 후배들과 협업을 할 생각도 고려중이다.”
같은 소속사인 나얼과 정엽, 그리고 그들이 속해있는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은 언제나 그에게 큰 힘이 되는 동반자다. 지난해에도 음악감독으로서 브라운아이드소울 전국투어 콘서트를 함께 했다.
“이번 앨범 자켓 디자인을 나얼이 해줬다. 그들은 음악 이전에 인간적으로 친한 내 오래된 친구들이다. 유명해졌다고 관계에 있어서 달라진 건 전혀 없다. 대신 외부에서 자꾸 내게 (나얼과 정엽에 대해) 물어보는 게 늘어난 게 좀 달라지긴 했다.”(웃음)
오랜 기간을 음악과 함께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에코브릿지는 여전히 ‘완성형’이 아닌 ‘현재진행형’ 뮤지션이다. 그는 “해보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산더미”라는 말로 자신의 바람을 한껏 내비쳤다.
“앨범 활동도 계속 하겠지만, 능력의 범위 안에서 다양한 것들을 해보고 싶다. 뭐가 됐든 새로운 것을 할 때가 즐겁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음악도 완전히 맡아서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또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재미난 음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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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