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드라마-영화 등 대중문화 속 여자들이 점점 나빠지고, 남자들은 갈수록 착해지고 있다.
2NE1 씨엘은 데뷔 4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인 솔로곡 ‘나쁜 기집애’로 음원차트 1위 및 지상파 순위프로그램 1위를 꿰찼다. 이효리도 ‘배드걸스(Bad girls)’로 남다른 인기를 누렸다. 두 곡 모두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나쁜여자를 전면에 내세운 노래. 최근 컴백한 엠블랙도 앨범 타이틀곡 ‘스모키걸’로 진심으로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여성을 언급했으며, 범키도 ‘미친연애’를 통해 두 남자를 분주히 오가는 나쁜여자를 등장시켰다.
반면 비스트는 신곡 ‘괜찮겠니’로 이별을 통보하는 여성을 오히려 걱정하는 듯한 노랫말로 착한남자의 애절함을 내비쳤다. 슈퍼주니어M 헨리도 첫 솔로곡 ‘트랩(Trap)’에서 예전과 변해버린 여성의 모습에 상처를 입고 떠나려 애쓰지만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정적인 남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드라마와 영화도 마찬가지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는 한태상(송승헌 분)은 한 여성을 지극정성으로 바라보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로, 서미도(신세경 분)은 두 남자를 저울질하는 ‘어장 관리녀’로 등장해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로 희대의 악녀 장희빈(김태희)이 부활한 것도 나쁜여자를 원하는 시대상이 반영된 셈.
영화 ‘위대한 개츠비’ 역시 인생을 바쳐 한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모습과 현실과 이상을 저울질하는 여성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 분)이 동시 등장해 ‘착한남자-나쁜여자’ 공식을 드러냈다.
이와 같은 문화 흐름과 관련해 대중문화 평론가 정덕현은 OSEN과의 통화에서 “대중들이 어떤 모습에 공감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요즘 시대는 여성들에게 과거에 보였던 순종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독립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상을 기대한다. ‘나쁜 여자’라 표현됐지만, 이는 능동성이 포함된 개념이다. 반면 남성에겐 과거 가부장적 모습이 아닌 여성을 이해하는 부드러운 남자, 착한 남자상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콘텐츠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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