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극본 임성한, 연출 김정호 장준호)는 이쯤되면 '실험극'이라고도 부를 만 하다. 임성한 월드에서는 작가가 원하는 모든 것이 그려진다. 한 마디로 작가의 '패기'가 넘친다.
출생의 비밀, 불륜, 불륜에 대한 코치, 차원이 다른 시월드 등 소위 말하는 '막장' 코드를 두루 갖추고 있는 '오로라 공주'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이다. 이런 막장 코드들이 보통의 드라마 극작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풀어지며 실험적인 작품의 면모까지 보이는 것.
지금까지 드라마에는 개 사주보기, 유체이탈, 자기 전 염불 외기 등 다소 황당할 법한 내용이 그려진 것에 더해 만화 같은 말풍선, 자막 등의 장치들이 삽입됐고, 여기에 작가는 동성애에 대한 목소리도 내고 있다. 온갖 재료와 양념들을 집어넣어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맛을 내는 음식처럼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단순히 '취향을 탄다'라는 평을 덤은 단계까지로도 보는 이를 이끈다.

최근 방송을 보면 등장인물 중 한 명인 개 떡대는 자막과 성우의 더빙을 빌려 속 마음을 이야기했다. "할배나 개로 태어나지 마세요"란 자막은 어찌 보면 귀엽지만 다소 당황스러운 것도 사실. 하지만 이는 임성한 작가의 취향이기도 하다. 그는 전작 '신기생뎐'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속 마음을 자막으로 처리한 바 있다.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은 갑자기 등장, 흐름을 깨거나 순식간에 시청자를 집중시키는 양날의 효과를 갖는다. 황마마(오창석 분)가 오로라(전소민)와 단 둘이 술잔을 기울일 때 돌연 "얘 왜이렇게 고혹적이야"란 마마의 속마음이 내레이션으로 표출돼 보는 이를 환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주인공의 생각을 아기자기한 말 풍선으로 표현해 '예능을 보는 듯'이란 반응도 얻었다.
설정은 좋게 말하면 창의력, 나쁘게 말하면 황당함이 넘친다. 여기에 갑자기 처음 본 여자를 백화점 화장실로 끌고 가 유사 감금을 시키는 장면, 갑자기 벌어지는 육탄전, 뜬금없이 펼쳐지는 불어 대사 등은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도, 웃음을 짓게도 만들었다.
내용으로 보자면 최근 탄력이 붙은 시월드 전개는 상상 이상이다. 황마마의 세 누나 중 두 명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오로라를 마마에게서 어떻게 떼어낼까 고민 중이다. 10일 방송에서 마마의 셋째 누나 황자몽(김혜은)은 오로라에게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하니까 영문으로 이력서랑 자기소개서 작성해서 메일로 좀 넣어 달라"는 횡포에 가까운 요구를 했다.
또 "우리 세 자매 동생 때문에 결혼도 포기하고 살았다. 결혼하면 분가 안 시킬 건데 들어와 살 수 있냐"는 첫째 황시몽(김보연)의 도발에 오로라가 흔쾌히 수긍하자 "진심이냐. 나중에 딴말하는 거 아니냐. 각서 쓰라면 쓸 거냐"고 다그쳤다. 혼전 각서의 등장이다.
이에 더해 은근하게 둘째 황미몽(박해미)과 오로라의 오빠 오금성(손창민)과의 반복된 우연과 만남은 둘의 인연까지도 예상하게 만들어 또 다른 불륜 커플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임성한 월드에서는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는 이를 황당하게 해 화제를 모았던 유체이탈은 다행히(?) 교통사고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를 가졌다. 유체이탈이라는 설정이 뜬금없이 등장한 것은 아니란 소리. 가족극의 장르를 빌려 실험극의 형태까지도 띄고 있는 '오로라 공주'가 어떤 재기발랄(?)한 묘사들을 더 보여줄 지 주목된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