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에게 외야수 이승화(31)는 뜻밖의 추억을 안겨주는 선수다.
김 감독이 잠시 현대 유니콘스 감독을 맡았던 2007년. 그의 생각 속 이승화는 수원구장에서 펄펄 날며 현대에 자주 패배를 안겼던 얄미운 선수였다.
김 감독은 지난 11일 사직 넥센전이 우천 연기된 뒤 이승화의 이야기를 하다가 "당시 이승화가 좌중간, 우중간으로 타구를 펑펑 보내더라. 이승화 때문에 많이 졌다. 당시 찾아보니 3할을 치고 있더라"고 옛 추억을 꺼냈다.

이승화는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단 1년 현대 감독을 맡았던 2007년에만 시즌 3할(.301)을 기록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 김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오랜 무명 선수 생활 끝 남다른 활약으로 올해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에게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이승화는 5월말 김문호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대신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이승화는 이후 빠른 타구 판단과 센스에서 나오는 호수비와 뒤늦게 터지고 있는 타격감으로 팀의 상승세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흥식 롯데 타격코치는 "승화는 타격에 있어 기술보다 정신력에 약점이 있었다. 부진하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소심해보였다. 무엇보다 너는 1군 프로야구 선수라는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는데 최근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승화는 이대호와 동기인 13년차 프로야구 선수다. 이때까지 이승화의 이름은 크게 알려지지 못했으나 롯데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승화의 야구 인생 2막이 코칭스태프의 신뢰 속 서서히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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