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기구한 운명의 이 남자는 금방이라도 으르렁거릴 것만 같이 거칠고 차갑지만 그 한편엔 외로움도 가득 고여 있다. 그러나 사랑을 할 때만큼은 영락없는 순수한 소년이다. 한 마리 야수 같았던 이 남자는 자신의 마음을 앗아간 여인 앞에선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자상해지며 또 귀여워진다.
야수와 소년을 넘나드는 이 남자는 MBC 종영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속 배우 송승헌이 분한 한태상. 살면서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갖게 해준 서미도(신세경 분)에게 한태상은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열렬한 순애보를 보인다. 자신을 사랑한다며 다가온 매혹적인 여자는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 말이다.
송승헌은 이처럼 한 여인을 향한 애끓는 순애보를 보인 한태상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간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남자 주인공 캐릭터 보단 자신이 사랑한 여인에게 올인하는 한태상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태상은 캐릭터로 보자면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강단이 있는 인물이고 채정안씨가 분한 백성주가 자신을 좋아해주지만 태상은 성주에 대한 정확한 선이 있었어요. 사랑하는 감정은 절대 아니었죠. 예전에는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해야하는 상황들이 많았는데 그게 너무 싫더라고요. 이번엔 그런 거 없잖아요(웃음). 미도라는 인물에 올인을 했고 미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요. 그 모습에 시청자분들께서 공감해주신 것 같아요.”

마음을 준 여인에 대한 순애보, 그 과정에서 여러 번의 상처와 아픔이 있었지만 결국 ‘남자가 사랑할 때’의 결말은 태상이 미도를 다시 만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송승헌은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이 아니었으면 했다고 속마음을 꺼내보였다.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해피엔딩 보단 여운이 남는 결말을 더 좋아한다는 그였다.
“개인적인 바람은 (태상이) 누구와도 이뤄지지 않았으면 했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해피엔딩을 좋아하지는 않거든요(웃음). 시청자분들은 ‘두 주인공이 행복하게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하고 원하시지만 끝나고 나면 결국 그게 끝이더라고요. 금방 잊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원했던 두 사람이 이뤄지지 않아야 여운이 남고 아쉬움이 오래가잖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론 해피엔딩을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자는 생각에 2~3년 뒤에 태상과 미도가 만나고 그 이후는 시청자분들께 맡기자는 적당한 선의 희망적인 메시지를 준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제가 이 결말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송승헌에게 ‘남자가 사랑할 때’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될 듯 싶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에게 소중하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력 있는 배우’로 대중에게 각인 됐기 때문. 그 역시도 오래 가져온 연기 습관을 고쳐보려 노력했던 이번 작품에서 좋은 평을 듣게 돼 무척이나 기쁘다며 즐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좋은 반응에 의욕도 절로 생겼단다.

“제가 의도했든 안했든 한태상이라는 캐릭터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사실 지금껏 제가 맡은 캐릭터 중 이렇게 많은 분들이 따라와 주신 캐릭터는 한태상이 처음이거든요. 그런 한태상을 연기한 저로선 기분이 좋죠. 그리고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연기 버릇을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감독님이 저에게 ‘캐릭터보다 송승헌이 먼저 보이니까 그게 문제다’라고 말씀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했었던 대사 톤 등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죠. 그런 것들을 새롭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때보다 많이 움직이려고 했고요. 좋은 반응들이 오니까 힘이 났고 의욕도 생기더라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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