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선 수비와 고르지 못한 잔디, 그리고 우천이 손흥민(21, 함부르크)의 활약을 막았다.
손흥민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홈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4차례 슈팅을 시도했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한국은 1-0으로 승리를 거두고, 조 1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했다.
이날 공격의 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자신의 A매치 첫 선발이지만 긴장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후반 19분까지는 김신욱과 투톱을 이루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이후에는 이근호가 빠진 왼쪽 측면으로 이동해 김신욱과 이동국으로 이루어진 최전방을 지원함과 동시에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노렸다.

손흥민은 우즈베키스탄의 공간을 침투해 득점을 만들려고 했다. 빠른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로 우즈베키스탄 진영으로 침투, 골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손흥민의 빠른 발에 우즈베키스탄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단하다고 할 수 있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바라던 골은 나오지 않았다. 손흥민은 4차례 슈팅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고 그저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 수비 지향적이었던 우즈베키스탄
손흥민의 장기는 빠른 발을 이용한 공간 침투다. 문전에서 한 방을 노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동료의 패스를 받아 상대의 뒷공간으로 침투해 골을 넣는 것이 특기다. 그런데 침투할 뒷공간이 없다면? 우즈베키스탄의 수비가 그랬다. 지난 3월에 열린 카타르전 만큼은 아니었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철저하게 수비를 했다. 게다가 손흥민이 김신욱과 투톱으로 나서자 수비라인을 내림과 동시에 미드필더로 대인 마크를 시켰다. 손흥민이 간신히 수비수를 모두 제치고 나면 슈팅할 공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 손흥민이 적응하기 힘든 환경
손흥민과 같이 빠른 침투를 장기로 삼는 선수들에게는 잔디의 상태도 매우 중요하다. 후방에서 들어오는 침투 패스가 자신이 예상하는대로 흘러가야 마음대로 공을 트래핑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 드리블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잔디 위에서 콘서트와 같은 잦은 행사를 소화하는 바람에 잔디는 울퉁불퉁했고, 곳곳마다 새 잔디를 이식해 땜질을 한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선수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
▲ 우천도 한 몫
심지어 우천까지 가세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조금씩 내리던 비는 킥오프 이후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엉망진창인 잔디가 물에 젖음에 따라 공을 공급하는 중원 미드필더들이 어려움을 느꼈다. 잔디 위를 거쳐 연결되는 짧은 패스의 성공률이 떨어지게 된 것. 이 때문에 선수들은 긴 패스를 이용해 장신을 자랑하는 김신욱에게 연결, 그에 파생되는 공격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수비형 미드필더로 후방에서 공을 공급하던 박종우는 "긴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한 것은 의도적이었다. 비는 물론 그라운드의 상태가 짧은 패스를 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고 말했다.
기회가 끝난 것은 아니다. 손흥민이 득점포를 월드컵 최종예선서 득점포를 가동할 기회는 여전히 남았다. 오는 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리는 이란과 최종전이 남은 것. 현재로서는 경기 당일 날씨도 비가 예보되지 않고 있다. 또한 그라운드의 잔디 사정도 서울월드컵경기장보다 좋다. 공격수는 득점으로 말을 해야 하는 법이다. 손흥민은 과정과 함께 긍정적인 결과를 선보일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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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컵경기장=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