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승리는 아니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하고도 활짝 웃지는 못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경기서 전반 43분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8회 연속 본선행을 결정할 중차대한 일전이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4승 2무 1패(승점 14)로 조 1위를 굳건히 지키며 본선행을 눈앞에 뒀다. 2위 우즈벡(3승 2무 1패, 승점 11)과 승점 차를 3점으로 벌린 한국은 18일 이란과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브라질행을 확정짓는다. 실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하지만 승리라는 결과에 만족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1-0이라는 스코어, 그리고 골을 넣은 선수가 우즈베키스탄의 아크말 쇼라크메도프라는 점이다. 이날 90분의 경기에서 터진 유일한 득점이 우즈베키스탄의 자살골이라는 점은 최강희호에 있어서는 행운인 동시에 근심거리다.
김신욱을 최전방에, 손흥민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세워 새로운 투톱 체제를 가동한 최 감독의 고민은 무득점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김신욱은 이날 제공권을 장악하며 '진격의 거인'다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막상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손흥민 역시 우즈베키스탄의 공간을 침투해 득점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득점 없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뒤를 받치며 날개 역할을 한 이근호의 부진은 특히 크게 느껴졌다.
변수는 많았다. 우선 수중전이라는 환경의 문제가 그렇다. 비가 내리는 그라운드의 잔디는 한없이 미끄럽고 볼을 컨트롤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수중전을 대비해 훈련을 해왔다고는 해도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무대다. 그러나 환경적 어려움은 양 팀 모두에 똑같이 적용된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골을 뽑아내야하는 것이 공격수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날 공격진의 움직임은 날카롭다고 말해줄 수 없는 것이었다.
우즈베키스탄 수비진이 한국의 공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수비에 집중한 점도 공격진의 발을 묶었다. 최전방의 울루그벡 바카예프를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포백라인을 탄탄히 다진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제공권을 장악한 김신욱이 롱볼을 받아 머리로 떨궈주는 것은 막지 못했지만 공격수들의 돌파를 잘 막아내며 골을 허용치 않았다. 그러나 이는 바꿔 말하면, 수비적 환경에서 좀처럼 한국 공격수들이 활로를 뚫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한국의 본선 직행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팀인 이란은 12일 끝난 레바논과 경기서 4-0의 완승을 거뒀다. 이제까지 최종예선 6경기에서 단 3골을 기록하는데 그친 이란이 레바논을 상대로 골맛을 보며 최종전을 준비하게 된 셈이다. 비록 2위 우즈베키스탄과 골득실에서 6골 차이가 난다고는 해도, 지금처럼 무딘 한국의 공격력으로 버티기엔 문제가 있다. 기회를 잡았을 때 문전에서의 결정력을 높여 골을 터뜨릴 것. 이란전에서는 부디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제를 모두가 잘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다.
costball@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