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작년 이맘때와 성적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떨어졌다 올라오면서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선발진만 봐도 작년에는 매번 선발투수들이 바뀌곤 했었다.”
LG 김기태 감독은 11일 대전 한화전에 앞서 1년 사이 팀에 일어난 변화에 만족감을 보였다. 겉으로 보이는 성적은 지난해 이맘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시즌을 치르는 과정과 팀 구성 면에서는 훨씬 나아졌다는 내부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LG는 2012년 6월 11일 당시 27승 23패 1무로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29승 25패 3위에 올라있는 현재 성적과 승패 마진이 같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말처럼 과정과 선수층은 천지차이다.
지난 시즌 LG는 이른바 ‘5할 본능’을 발휘, 6월말까지 근근이 버티다가 연패와 함께 한 번에 추락했었다. 선발진 5명이 확실히 갖춰지지 않아 무려 12명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반면 올 시즌에는 5할 승률 –6까지 떨어졌던 것을 6번 연속 위닝시리즈로 순식간에 극복, 약 10년 만에 LG 특유의 ‘신바람’을 되찾았다. 선발 로테이션도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7명의 투수들이 선발 등판했는데 부상자만 없다면, 선발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LG의 과제는 지금의 상승세를 시즌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이미 야수진은 100% 전력을 갖췄다. 지난 10일 이병규(7번)와 현재윤이 합류했고 이들이 돌아온 첫 경기에서 LG는 폭넓게 야수진을 가동하며 11점을 뽑았다. 항상 타선이 폭발할 수는 없지만 가용자원이 풍부해진 만큼, 본격적인 체력 싸움에 들어가는 후반기에 다른 팀보다 체력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러나 마운드는 보강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LG 마운드는 평균자책점 3.70으로 1위 삼성과 정상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불펜 평균자책점 2.93으로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2점대를 찍고 있다. 문제는 불펜 의존도가 높고 불펜 필승조 평균연령이 30대 중반이라는 것이다. 아직 오버페이스 징후는 보이지 않으나 주키치가 이탈하면서 앞으로 불펜진에 부담이 더해질 수 있다. 봉중근 정현욱 이동현 류택현 이상열 필승조 모두 자기 역할을 100% 소화하고 있지만 과부하로 인한 도미노 현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김기태 감독은 유원상 최성훈 정찬헌의 복귀로 이를 풀어갈 계획. 김 감독은 11일 “유원상 정찬헌 최성훈이 후반기를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1홀드로 리그 정상급 셋업맨이 된 유원상과 전지훈련 당시 미래의 불펜 에이스로 낙점된 좌투수 최성훈, 입단 첫 해부터 이미 잠재력을 증명한 정찬헌이 후반기 LG 마운드의 히든카드로 낙점된 것이다.
만일 이들이 계획대로 돌아온다면 LG 불펜진은 시즌 끝까지 정상을 유지할 수 있다. 유원상과 정찬헌은 정현욱과 이동현의 부담을, 최성훈은 류택현과 이상열의 짐을 덜 능력이 있다. 현재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하고 있는 유원상은 허벅지 부상에서 완쾌, 투구 밸런스를 잡는 단계에 있다.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고 있던 정찬헌 또한 재활을 마치고 2군에 합류했다. 최성훈도 후반기를 복귀 시점으로 잡고 시동을 거는 중이다.
결국 페넌트레이스는 선수층 싸움이다. 매년 LG의 전반기와 후반기가 상반됐던 것도 선수층이 얕았기 때문이었다. 야수진 못지않게 투수진이 두터워졌을 때, LG는 지난 10년과 다른 후반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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