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커크 깁슨(5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감독이 친정팀 팬들로부터 야유 세례를 받았다.
애리조나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다저스와 원정경기에서 3-5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 자체보다 더욱 화제를 모은 게 빈볼 시비에 따른 난투극이었다. 양 팀은 3개의 사구를 주고받았고, 두 차례 벤치 클리어링에 화끈한 몸싸움까지 벌였다.
6회말 애리조나 투수 이안 케네디가 다저스 4번타자 야시엘 푸이그의 안면을 맞히는 위험한 사구를 던졌고, 7회초 잭 그레인키가 애리조나 4번타자 미겔 몬테로의 등을 맞히며 '보복'했다. 그러자 7회말 케네디가 다시 그레인키의 어깨를 맞히면서 양 팀 선수들의 화끈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투수 케네디가 심판으로부터 곧바로 퇴장 조치를 받았고, 깁슨 감독에게도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다저스 팬들은 과거의 영웅이었던 깁슨 감독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애리조나의 이해할 수 없는 사구 재보복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보인 것이다.
깁슨 감독은 과거 다저스의 스타 중 하나였다. 1979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서 빅리그에 데뷔한 외야수 출신의 왼손 강타자 깁슨은 1988년 다저스 이적 첫 해부터 타율 2할9푼 25홈런 76타점으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MVP에 올랐다. 이후 1990년까지 3년간 다저스에 몸담았다.
특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월드리시즈 1차전에서 양 쪽 무릎을 모두 다쳐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3-4로 뒤진 9회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상대 특급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다저스의 통산 6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은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으로 남아있고, 홈런 후 오른팔을 번쩍 들고 절뚝이며 베이스를 도는 깁슨의 홈런 장면은 다저스 팬들의 소중한 추억이 됐다.
1990년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났지만 월드시리즈 우승 명장면에는 깁슨의 대타 홈런이 끝없이 반추됐다. 다저스에서도 그는 영웅 대접을 받았다. 2005시즌 후 다저스의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다저스의 같은 지구 애리조나 감독대행을 맡았고, 2011년부터 정식 감독이 돼 첫 해부터 지구 우승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다저스 영웅에서 지구 라이벌 감독이 된 그는 난투극 유발을 이유로 과거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고 말았다.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릴 13일, 깁슨 감독과 다저스팬들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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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