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손에 들린 매스가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2일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닥터’(김성홍 감독)은 이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화다.
영화는 젊은 아내와 함께 하는 성형외과 의사 최인범(김창완 분)이 아내의 불륜을 목격하면서 내재돼 있던 싸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범은 대외적으로는 저명한 성형외과 전문의지만 집안에서는 아내에게 강박적으로 “천박하다”고 욕설을 일삼는 변태적 인물. 이 같은 남편 곁에서 아내 순정(배소은 분)은 꼭두각시 같은 삶을 연명하지만 내연남인 헬스트레이너 앞에서는 숨겨진 욕망을 분출하며 팜므파탈로 변신하는 등 이중적 행태로는 남편 못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순정의 외도 행각은 인범에게 발각당하고, 그때부터 메스를 든 의사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영화는 아내의 불륜을 목도한 이후 싸이코패스 성향을 드러내는 인범을 극 초반 다이렉트로 등장시키며 이후 분량을 살인행각으로 채운다. 빠른 사건 진입은 속 시원하지만 문제는 이후 이어지는 인범의 살인행각이 너무나 1차원적이라는 데 있다. 성형외과 의사로 의학지식을 이용해 교묘하게 살인을 저질러야 폼이 날 법한 인범은 석고상으로 사람을 쳐죽이는 등 매스 보다는 때마다 손에 잡히는 것을 이용해 복수극을 펼친다. 피가 난무하지만 정교함이 사라진 복수극은 스릴러 장르의 매력이 베어나지 않아 아쉽다.
또한 행동을 말로 설명하고, 또 속으로 생각할 법한 것들을 입으로 굳이 내뱉으며 과잉 설명을 하는 것도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다만 싸이코패스 성형외과의로 분해 악마 같은 웃음을 짓는 배우 김창완의 연기는 '닥터'의 가장 빛나는 지점. 지난해 부산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파격 드레스의 주인공 배소은은 김창완으로부터 학대 당하는 어린 아내 역을 맡아 묘한 매력을 뽐낸다.
영화는 ‘손톱’, ‘올가미’, ‘실종’ 등 스릴러 장르를 연출해 온 김성홍 감독이 맡아 가장 잘 할 수 있는 싸이코패스 스릴러의 옷을 입었다. 감독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공인된 라이센스를 지닌 의사의 정신상태가 어떠할까에 착안해 성형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 장르 영화지만 이전 작품들 보다는 강도에 힘을 뺐다. 간간히 코믹한 장면이 등장해 웃음이 터지는 순간도 있다.
19세 관람. 6월2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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