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갔던 사고뭉치 셋째 김구라가 돌아왔다. 다소 긴장한 구석이 역력했지만 유난히 파이팅이 넘쳤던 독설은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김구라는 제작진이 ‘라디오스타의 스피릿’이라고 여길 만큼 단순한 1명의 MC가 아니었다. 김구라의 복귀 첫 방송은 ‘라디오스타’가 완전체가 되기 위해 단 하나의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김구라는 지난 12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유세윤을 대신해 재합류했다. 이 프로그램은 신정환부터 김구라, 유세윤까지 유독 MC들이 사고를 쳐서 하차한 경우가 많았다. 다사다난했던 ‘라디오스타’는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한 시기를 보내고 돌아온 김구라의 재합류로 인해 다시 전성기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
‘라디오스타’는 MC들의 독한 질문과 이들에게 당하기도 했다가 반격을 펼치기도 하는 게스트들의 조화가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이다. 때문에 독설의 대명사인 김구라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컸던 상황. 전 MC 유세윤이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재미를 안겼지만 그래도 강력한 독설의 김구라의 빈자리가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김구라는 이날 첫 등장부터 MC 유세윤에게 “대본을 보라”라고 지적을 하고, “큰일을 겪다보니 작게 치는 코멘트가 치기 어려 보인다”고 독설을 했다. 또한 자신의 복귀를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던 김재철 전 사장에 대해 “욕하진 않았고 인간적으로 서운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가 하면, 윤종신의 폭로에 대해 “녹취 했느냐”고 되받아치며 프로그램의 새로운 웃음 원동력을 자처했다.
김구라의 독설은 시청률 침체로 가라앉았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같은 내용이더라도 더욱 날카로운 송곳처럼 느껴지는 그의 질문은 팔딱팔딱 살아 숨쉬었다.
재합류 첫 방송부터 물고 뜯는 과정에서 재미를 선사하는 ‘라디오스타’의 매력이 배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사실 김구라가 지난 해 4월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프로그램이 그의 상징성도 같았던 ‘라디오스타’였다.
때문에 김구라가 없었던 1년 2개월여 동안 ‘라디오스타’는 애타게 그의 빈자리를 부각했다. MC들은 때마다 하차했던 김구라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고, 게스트들은 김구라가 없는 ‘라디오스타’를 만만하게 보며 이를 재미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김구라의 빈자리로 인해 줄어든 독설을 오히려 웃음코드로 활용해서 위기를 기회로 삼기도 했다.
일단 복귀 첫 방송만 봤을 때 분위기는 좋다. 김구라를 향한 시청자들의 호불호는 엇갈리겠지만 이 프로그램이 좀 더 강력한 재미를 구축한 것은 사실. 이제 완전체가 된 ‘라디오스타’가 더 이상 신선할 수 없는 장수 토크쇼의 한계를 딛고 다시 전성기 시절을 구가할 수 있을지가 흥미로운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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