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모두가 고현정에 주목했다. 고현정의 ‘원 우먼 쇼’를 예상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서는 남자주인공 대신 대견한 아역 배우들이 고현정과 팽팽한 연기 대결을 펼쳤다. 브라운관을 뚫을 듯한 고현정의 카리스마에도 이들은 아랑곳 않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왕의 교실’에는 총 24명의 아역 배우들이 등장한다. 그 중 첫 회에서는 심하나 역의 김향기, 오동구 역의 천보근, 김서현 역의 김새론이 중심이 돼 고현정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들이 고현정과의 ‘투샷’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아역 배우라는 단어로 이들의 활약을 설명하기엔 충분치 못한 수준이었다.
아역 배우란 어린이 역을 맡은 배우를 가리킨다. 주로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기 전 어린 시절을 연기하거나, 극의 양념 같은 역을 맡는 것이 이들이 맡은 바다. 그러나 ‘여왕의 교실’의 아역 배우들은 다르다. 이들은 극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이른바 ‘믿고 보는 배우’인 고현정과 정면으로 마주 본다.

그렇기에 아역 배우들의 활약은 더욱 눈길을 끈다. 이제 첫 방송이 나갔을 뿐인데도 네티즌 사이에서는 ‘연기 구멍’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무려 24명의 아역 배우들이 출연하는데도 거슬리는 연기가 없다니 실로 독특한 평가다.
특히 고현정 다음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한 김향기의 경우 대사 전달, 감정 표현 등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드러냈다. 아이의 모습을 한 성인 연기자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또한 그의 순수한 마스크와 심하나라는 캐릭터가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했다.
새침한 모습으로 차분히 김서현 캐릭터를 표현한 김새론도 만만찮은 기세였다. 과거 영화 ‘아저씨’에 등장했을 때보다 성숙해진 건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그는 훌쩍 자란 키만큼 괄목상대한 연기력을 선보였다.
반에 한 명씩은 있을법한 오동구 역의 천보근도 지지 않았다. 천보근은 밉상이기도, 귀여운 사고뭉치이기도한 오동구를 통통 튀는 캐릭터로 표현했다. 다만 어린 아이의 입에서 옛날 개그를 이용한 대사가 나올 때에는 ‘무리수 대사’가 천보극의 연기를 가리는 형국이 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 흔한 러브라인이나 출생의 비밀이 없는 ‘여왕의 교실’은 고현정과 아이들의 활약만으로 기획된 16번의 방송을 이끌어나가야 한다. 일단 첫 회 방송의 느낌은 좋다. 고현정은 이름값만큼 보여줬고, 아이들은 이름값보다 더 보여줬다. 이제 남은 15회 동안 이들이 무사히 드라마를 채워 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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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