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이 4년 만에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선공개곡 ‘사랑하고 싶은 날’을 먼저 선보이고 6월말 정규 11집 앨범을 발표하고 공식 컴백할 예정이다. 상반기 가요계에 돌아와 돌풍을 일으켰던 ‘가왕’ 조용필이 그의 앨범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승철 스스로도 “(앨범 작업 중) ‘헬로’의 티저 영상을 보고 깜작 놀랐다. 조용필 형이 큰 자극이 됐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의 11집 정규 앨범의 가장 큰 주제는 바로 ‘변화’다. 이는 조용필이 트랜디에 접목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해 많은 이를 놀라게 하고 가요시장을 석권했던 것과도 맞닿아 있었다. 새로운 음반에는 ‘이승철표 음악’ 보다는 전해성 프로듀서의 지휘아래 탄생한 힙합, 레게음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의 시도들이 담겼다.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잔뜩 실은 새 앨범 발표를 앞둔 이승철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작업실에서 마주했다. 긴 이야기에 앞서 이승철은 “숙제 검사를 맡는 심정”이라며 자신의 앨범 전 곡을 들려줬다. 타이틀곡 ‘마이 러브’를 비롯해 ‘사랑하고 싶은 날’, ‘그런 말 말아요’, ‘런 웨이’ 등은 밴드음을 기본 골자로 신스 사운드와 스트링이 섞여 듣기 편한 음악을 선사했다. ‘늦장 부리고 싶어’에는 힙합이 ‘비치 러브’에는 레게음악이 녹아있어 듣는 순간 신선한 놀라움을 안겼다.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플랜은 히트할 좋은 노래보다는 트랜디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거였다.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며 후배들과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만큼 그들의 눈과 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 히트곡 공식을 따르기보단 새로운 시도를 원했다. 이번에 나온 파트1에 9곡, 9~10월쯤 발매되는 파트2에 9곡으로 나뉘었다. 기존 팬들이 좋아하는 ‘말리꽃’ 류의 록발라드는 파트2에 담겼다.”
안정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노래들을 놓고 음악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그에게 변화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보였다. 그는 “계기가 없고, 노래가 없어 어렵지 변화를 시도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다만 사랑을 노래의 중요한 소재로 차용한 것에는 이전과 변화가 없었다.
“사랑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게 요즘 우리의 삶인 거 같다. 하다못해 함께 사는 반려견도 사랑으로 함께 살지 않나? 남녀 간의 만남, 헤어짐, 이별의 아픔 등이 기억과 추억의 원동력으로 될 수 있기에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영원불멸할 것 같다.”

눈에 띄는 특이한 점은 이번 정규앨범에 이승철 이외의 보컬이 함께 호흡했다는 점. 이는 동아방송대학교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의 곡들로 변화에 대한 이승철 스스로의 욕심과 새로운 후배 음악인들을 이끌고 싶은 선배로서의 마음이 결합돼 이뤄졌다.
“동아방송대에서 40여곡의 곡을 보내줬다. (이번 앨범에) 바로 넣어도 히트할 곡들이 많다 느꼈다. ‘늦장 부리고 싶어’는 어설펐지만 아이디어가 돋보였던 곡이다. 피처링도 새로운 시도의 일부다. 생소했지만, 내게도 맞는 힙합 분위기의 곡이다. 요즘의 홍대신 음악이나 ‘슈퍼스타K’ 출신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아이디어 적으로 배울 게 많고 신선함이 느껴진다.”
자신에게 큰 ‘자극’을 안겼다는 선배가수 조용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나이로 16년차다. 데뷔년도는 더 차이가 난다. 조용필 형님과 내 음악은 분명 다르다. 음악적 면에서 영향을 받은 것보다, 컴백 활동 자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시도를 하고, 대중들이 그를 인정하고 환호해 준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서울 서울 서울’ 음반 이후 최고의 퀄리티였다. 우리에게 이정표를 마련해 준 기분이다.”
많은 가수들이 음반을 내고 ‘후회가 남는다’ 혹은 ‘아쉬움이 있다’며 인터뷰 도중 100% 완성을 마치지 못한 듯한 멘트로 겸손을 내비친 것과는 다른 모습. 앨범에 실린 노래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며 한껏 들뜬 표정으로 일관했던 건 그만큼의 자신감을 내재했던 것. 그는 이번 앨범을 ‘뿌듯함’이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후회보다는 뿌듯함이 많은 앨범이다. 11에서 앞자리 10을 빼면 다시 1이다. 그래서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이 담겼다. 1~2번에 녹음했던 곡을 10여 차례에 걸쳐 완성했다. 변화와 새로운 시도를 담아냈다. 다시 또 시작할 자극이 된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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