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외국인 파이어볼러 데니 바티스타(33)는 메이저리그서 1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이다. 높은 릴리스포인트와 막강한 구위로 빅리그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좀처럼 한 팀에 정착하지는 못했다. 2007년 이후 선발진 경쟁에서 밀려나 불펜투수가 됐고 계속 팀을 옮겨 다녔다. 실제로 바티스타는 2004년 볼티모어를 시작으로 7년 동안 캔자스시티 콜로라도 디트로이트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 무려 5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미국에선 저니맨이었지만 한국에선 정착에 성공했다. 2011시즌 이후 어느덧 3년째, 프로 야구선수가 된 이례 가장 긴 시간을 한화와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모든 것이 익숙하다. 팀 동료들을 비롯해 팬들과 한화의 연고지 대전도 바티스타의 또 다른 가족, 또 다른 고향이 됐다. 팀이 원하는 에이스 선발투수의 역할도 충실히 소화 중이다.

아쉬움도 있을 수 있다. 바티스타의 활약과 무관하게 한화는 지난 몇 년 동안 고전 중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를 2번이나 경험한 바티스타는 패배보다는 승리가 친숙했었다. 그럼에도 바티스타는 한화가 긴 시간 리빌딩에 임하고 있는 것을 이해하고 팀이 완성되는 데 자신도 한 부분이 되기를 바랐다.
“원래 야구는 어렵다. 선수 한 명이 프로에 정착하기도 어렵고 팀이 만들어지기도 어렵다. 미국에 있을 때 여러 팀에서 뛰어봤고 우승도 해봤지만 야구와 관련해 쉽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한화에 왔을 때부터 한화가 리빌딩 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경기를 지더라도 발전을 추구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점점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의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분명히 우리는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나 역시 그렇다. 내년 정도에는 리빌딩이 끝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 시즌 에이스투수가 된 것과 관련해선 겸손함을 보였다. 자신이 첫 번째 선발투수가 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다른 선발투수들과 함께 강한 선발진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첫 번째 선발투수가 된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사실 내게 한화의 NO.1 투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팀에는 김혁민도 있고 이브랜드도 있다. 이들 또한 에이스 투수다. 기복은 있지만 앞으로 더 잘 할 것이며 그러면 우리팀 선발진도 많이 좋아질 것이다.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때문에 이들과 내가 함께 잘해야 의미가 있다.”
그러면서 바티스타는 한화에서 포스트시즌을 경험하기를 바랐다. 바티스타는 2007년과 2010년 각각 콜로라도와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은 바 있다. 당시를 회상하며 대전에서도 열광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고 전했다.
“월드시리즈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어느덧 3년이 지났는데 포스트시즌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다. 그만큼 한화에서 포스트시즌에 나가고 싶다. 내년에 대전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리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바티스타는 LA 다저스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전 동료 류현진에 대해서도 말했다. 바티스타는 류현진의 활약을 이미 예견했다고 하면서 올 시즌 류현진이 15승을 거둘 거라고 전망했다.
“류현진 경기는 모두 챙겨보고 있다. 류현진은 이전부터 대단한 선수였다. 굉장히 영리하고 습득이 빠른 선수다. 작년에 박찬호와 함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거라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류현진은 지금 대단한 활약을 하고 있다. 이미 6승을 올렸다. 이대로라면 15승은 충분하다. 다저스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승수를 쌓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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