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감독, ‘은위대’ 따위가? “파렴치” 대형 논란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3.06.13 10: 54

정윤철 감독이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흥행돌풍이 극장 독과점 때문이라는 비난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정윤철 감독은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은밀하게 위대하게’ 따위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이 글에서 “얼마 전 ‘아이언맨3’가 1300개의 극장을 잡으며 슈퍼 갑의 위세를 떨치더니 뒤이어 할리우드 초특급 블록버스터도 아닌 중급 예산의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마저 나 보란 듯 지난 주말 1300개 이상의 극장에서 개봉하며 첫 주에 본전 220만을 넘기고 무려 300만 고지를 찍고 말았다. ‘은밀하게..’ 따위가 1300개를 까면 장차 ‘미스터고’나 ‘설국열차’처럼 수백 억 원이 들어간 대작들은 과연 몇 개의 극장을 먹어치울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앞으로 될 성 싶은 영화들은 아예 한달쯤 전세를 내서 대한민국 전체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이 어떨까? 다른 영화들 피해도 주지 않고 혼자 실컷 먹을대로 먹고 천만 찍으면 알아서 그만 물러가는 것이?(세계적 창피함이 되겠지만 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성과는 별도로 한국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흥행되고 돈 많이 버는 건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사람에겐 도리가 있고 상인에겐 상도가 있는 걸 망각해선 안 된다. 물론 제작사와 배급사 입장에선 극장들이 돈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로 상영관을 확대하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겠지만 은밀하게 충분히 위대했을 영화를 이렇게 ‘떠들썩 하고 파렴치 하게’ 세상에 내놓은 것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 “두어 달이 멀다하고 단 한편의 영화가 공포의 슈퍼갑이 돼 다른 영화들의 극장을 빼앗고 왕따시키며 퐁당퐁당 교차 상영 신세로 전락시키는 모습은 한국 사회 곳곳의 병폐와 너무도 비슷하다”라며 “특히나 같은 한국영화 입장에선 얼마나 화가 나겠는가? ‘아이언맨’은 할리우드 영화라 맞아도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같은 나라, 같은 업계의 영화에게 얻어터지는 건 몇배 더 아프다. 이는 마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익 신장에 눈감고 오히려 자기들의 자식들을 대물림해 채용해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파렴치함과도 같다”고 전했다.
더불어 “한국영화계는 할리우드 영화에 저항하던 스크린 쿼터 투쟁의 강력한 에너지를 이제 산업 내부로 돌려 새롭고 정의로운 룰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제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슈퍼갑의 독식과 횡포를 몰아내고 작은 영화들도 공정한 대접을 받기 위해 모두가 은밀하고 위대한 싸움을 준비할 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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