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만 만나면 4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그것도 두 번째 만남에서는 희생번트에 밀어치는 3루타로 역전극 도화선을 스스로 만들었다. ‘괴물’ 류현진(26, LA 다저스)은 비록 이기지는 못했으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또다시 ‘베이브류스’가 되었다. 그것도 번트에 스프레이 히팅까지 선보이는 팀배팅 베이브류스다.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6이닝 1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10번째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한 류현진은 그러나 평균자책점은 2.72에서 2.85로 조금 올랐다. 승리투수 조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불펜이 바로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다.
경기 전 예상도는 그리 맑지 않았다. 전날(12일) 야시엘 푸이그의 안면 사구로 촉발된 벤치 클리어링도 있어 경기 분위기가 과열되어 있었다. 또한 가장 뜨거운 타자 푸이그가 어깨 부상으로 결장해 타선 파괴력 약화도 피할 수 없던 순간이다. 더욱이 류현진은 경기 초반 빠른 직구보다 완급 조절투를 보여줬다. 한화에서 뛰던 시절에도 류현진은 자신이 좋지 않을 때는 직구 힘을 의도적으로 빼고 서클 체인지업과 곁들여 던졌다.

연속 병살타를 유도하며 위기관리투를 보여주던 류현진은 4회 연속 안타를 내주며 3실점하고 말았다. 그러나 5회말 팀의 역전 4득점 장면. 자칫 추격 의지가 끊어질 수 있던 순간 류현진은 직접 데뷔 첫 3루타를 터뜨리며 스스로 상대 선발 패트릭 코빈의 기를 꺾고 후속 타자들의 기를 살렸다.
좌투우타 류현진은 코빈의 4구 째 투심 패스트볼(93마일)을 밀어쳐 데뷔 첫 3루타로 연결했다. 제대로 밀어친 타구는 빨랫줄처럼 제대로 날아갔다. 우익수 헤랄도 파라가 이를 다이빙캐치 시도했으나 결국 뒤로 빠지며 1타점 3루타가 되었다. 뒤뚱뒤뚱 3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류현진의 모습에 중계를 맡던 허구연 해설위원도 파안대소하며 칭찬했다.
비록 계투진의 방화로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그러나 희생번트에 이어 밀어쳐서 만든 추격의 1타점 3루타. 류현진은 그냥 베이스류스가 아니라 팀배팅을 하는 영리한 베이브류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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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캘리포니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