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투수' 류현진(26,LA 다저스)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강타선을 맞이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1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애리조나전에서 5회까지 안타 9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며 3실점을 한 류현진은 분명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지난 경기때보다 2~3마일 정도 덜 나왔고, 공의 움직임도 적었다.
류현진은 4회 4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3실점을 해 패전위기에도 몰렸지만 다저스는 5회 대거 4득점에 성공, 경기를 뒤집었다. 지옥과도 같았던 20연전 마무리를 앞둔 다저스는 어떻게든 이날 경기를 잡아야만 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다저스는 1위 애리조나와의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따낼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돈 매팅리 감독은 6회에도 류현진을 마운드에 올렸다. 메이저리그 최다인 팀 13블론세이브를 기록 중이던 팀 불펜상황도 문제지만 류현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단 한 번도 5회 이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신인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맡은 역할은 해내고 내려가는 류현진이다.

한 점의 리드를 등에 업고도 류현진은 6회 불안한 투구를 했다. 선두타자 코디 로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뒤 미겔 몬테로를 이날 경기 첫 삼진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마틴 프라도에게 볼넷, 디디 그레고리우스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1사 만루에 몰렸다. 뜬공 하나로도 경기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류현진이 위기에 몰리자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하지만 류현진을 교체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이날 최악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던 류현진이지만 매팅리 감독의 신뢰는 흔들리지 않았다.
1사 만루에서 류현진은 클리프 페닝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일단 한 숨을 돌렸다. 다음 타자는 상대 선발투수인 패트릭 코빈, 이 순간 애리조나 벤치는 대타 타율 4할이 넘는 블룸키스트를 대타로 낸다. 그럼에도 매팅리 감독의 움직임은 없었다. 결국 류현진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블룸키스트를 내야 뜬공으로 처리하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다.
매팅리 감독의 류현진에 대한 믿음은 상대 벤치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애리조나는 9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던 코빈 타석에 찬스가 걸리자 대타를 냈다. 코빈은 5회 집중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지만 투구수는 단 65개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이 위기에서도 류현진에 믿음을 보낸 건 불안한 불펜에 대한 방증이기도 하다. 매팅리 감독의 우려대로 류현진 다음으로 등판한 크리스 위드로는 7회 2사 후 연속 3안타로 동점을 허용, 류현진의 7승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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